오늘은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그러나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행복을 도모한다’는 이날의 의미가 무색하리만큼, 최근 협박·유괴·살해가 동반된 아동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대책 마련 중=지난 3월 26일 경찰은 △어린이에게 신상정보가 포함된 무선인식 전자꼬리표 부착 △모든 휴대폰에 위치추적장치(GPS) 내장 의무화 △감시카메라(CCTV) 증가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아동·부녀자 실종사건 총력대응 체제’를 발표했다. 이에 전국 지자체들은 성범죄 발생빈도가 높은 지역에 GPS와 CCTV 설치를 기본으로 하는 범죄 예방에 나서고 있다. 안양시는 지역사회안전위원회 설치와 어머니 자율방범대, 놀이터 지킴이 조직 등의 내용을 담은 ‘지역사회 안전을 위한 시민단체 참여 및 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도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U-서울 어린이 안전’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정부도 지난 30일 아동·여성 보호대책 추진점검단 회의에서 ‘아동·여성보호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여성부는 현재 3개에 불과한 아동성폭력전담센터를 빠른 시일 내에 전국적으로 16개 이상 설치하고, 법무부는 올 10월부터 아동대상 성범죄자들에게 전자 발찌를 부착할 예정이다. 법무부 사회보호정책과 김병배 사무관은 “앞으로 성범죄자는 교도소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받게 된다”며 “이를 통해 성범죄의 재발률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4일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사진과 나이·주소·직장 등의 상세한 신상정보가 공개됐고 범죄 후 10년 동안 교육기관, 아파트경비원 등에 취업할 수 없다는 내용의 ‘청소년성보호법’이 시행됐다.

◇일사천리 수립대책, 과연?=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대책에 대해 실효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아동(12살 이하) 성폭행자의 96%가 가족과 친지, 부모의 친구, 친구의 부모 등으로 외부인의 범행을 막으려는 CCTV 설치 등은 큰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국장은 “불필요한 CCTV 설치는 자원낭비일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라며 “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GPS, 전자태그 부착 의무화는 오히려 아동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성폭력 전문가들 역시 이런 후속적 조치들에 회의적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의 최김하나 활동가는 “지금까지 법이 없어 성폭력이 발생했던 것이 아니다”라며 “성난 여론을 달래기에 급급한 정부의 대책은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폭력은 사회에 이미 퍼진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남성 중심의 차별적 사회구조, 폭력에 대한 경각심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며 “성교육을 내실화하고 남녀가 평등한 관계를 맺어 건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이수정 교수(경기대·범죄심리대학원)는 “아동성범죄는 소아기호증, 과도한 음란물 노출, 정상적 관계 형성 불가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며 “원인이 다양한 문제인만큼 감시, 처벌 등의 획일화된 통제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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