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

◇등록문화재법 보완할 새로운 제도 마련돼야=경제논리에 휩쓸려 근대건축물이 훼손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 등록문화재법을 보완할 새로운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박지선 교수(용인대·문화재학과)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면서까지 근대건축물을 문화재로 등록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개인이 소유한 근대건축물이 문화재로 등록될 때 생기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할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의 한 관계자는 “등록문화재법의 한계에 대해 이미 국회에서도 지적이 많았다”며 “사적 재산권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근대건축물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근대건축물 보존을 위한 자발적 움직임=현재로서는 문화재 보존 가치와 경제 논리가 충돌할 때 문화재 보존 쪽에 손을 들어 줄 공적 장치가 미흡하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의 활발한 활동이 제도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문화연대’ 산하 문화유산 위원회는 1900년에 지어진 덕수궁 부설 도서관 ‘중명전’을 보존위해 각종 공청회 및 토론회를 마련해 왔다. 황평우 위원장은 “근대건축물 보존의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효과적인 실현방안을 탐색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자연환경 및 문화유산 보존 시민단체 ‘내셔널트러스트’는 재개발 등으로 훼손 위기에 처한 근대건축물을 시민모금으로 매입해 영구 보존·관리해오고 있다. 2002년에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최순우 선생의 고택을 지켜내기도 했다.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담당 최호진 부장은 “1930년대 성북동에 지어진 최순우 선생의 고택이 2000년대 초 재개발 압력에 처해 있었다”며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8억원의 기금이 조성돼 고택을 매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최순우 고택은 정기적으로 소규모 전시회가 열리는 등 역사·문화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활동이 사회 전반의 의식 고양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박지선 교수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근대문화재에 대한 시민의식이 낮다”며 “문화적 성숙도가 높아지면 근대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한 개개인의 움직임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근대건축물, 보존을 넘어 활용으로=학계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한 보존의 차원을 넘어 근대건축물을 역사적·문화적 공간으로 유익하게 활용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근대건축물 외관을 보존하면서 내부를 개조해 다른 용도로 활용한 사례로 서울시립미술관을 꼽을 수 있다. 1920년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구대법원 건물을 전면부만 남기고 개조해 2002년 서울시립미술관으로 다시 문을 연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런 사례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1900년에 건축된 구서울역사와 1929년에 세워진 국내 최초 화력발전소 당인리 발전소는 각각 2009년과 2012년까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김태웅 교수(역사교육과)는 “근대건축물의 보존과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박지선 교수도 “근대건축물은 박제된 어제의 건축물이 아닌 시민과 함께 살아 숨쉬는 오늘의 건축물이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실질적인 제도 마련과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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