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월 26일자로 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 문을 나서는 졸업생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힘든 공부를 마치고 영예의 학위를 수여받는 484명의 박사, 1797명의 석사, 3348명의 학사들, 이들을 뒷바라지 하며 땀흘렸던 가족들은 이날을 맘껏 기뻐하며 자축할 충분한 이유와 자격이 있다. 우리 학교로서도 가르침의 결실을 보는 일이니 즐거운 잔치가 아닐 수 없고 이런 인재들을 맞아들이는 우리 사회도 함께 치하할 일이다. 

대학졸업식은 본격적인 사회인으로 진출하는 출정식과도 같다. 그동안 대학이라는 공간 안에서 준비하고 모색해온 것들을 이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발하는 다짐의 자리이다. 마치 이륙을 앞둔 비행기가 최종적으로 엔진을 힘껏 가동시켜보듯, 배움의 터전에서 삶의 자리로 비상하기 위한 마지막 의식을 하는 자리인 것이다. 졸업과 함께 더 힘찬 비상과 도약을 하기 바라며 여러분들이 꿈꾸던 미래가 앞으로 삶 속에서 성취되고 실현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물론 오늘의 졸업식장이 희망적인 분위기만으로 충만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시기여서 취업의 어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졸업생들도 있겠고, 대학에서 깨닫고 느꼈던 바들을 실현시키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유예되어 왔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현실의 진부함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구체화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염려를 가슴에 담고 졸업하는 학생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 기죽을 일은 결코 아니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언제나 우리 앞에 놓여 있었다. 평탄한 길을 약속 받으러 대학에 들어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어려운 현실에 부딪칠수록 오히려 삶의 본질, 진리에 대한 공부에서 얻었던 지혜와 성찰을 자산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권력과 출세, 돈과 명예라는 우리 사회의 주도적 가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그것을 추구할 수 있다면 남이 보지 못하는 가능성을 찾아내고 새로운 기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창조적 응전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극복해가는 문명적인 전환을 이루어가는 역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

특히 서울대학교를 졸업하는 여러분들에게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질과 함께 그만큼 무거운 책무가 있다. 관악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세속적 의미의 고관대작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진정한 의미에서 변화시키고 혁신시키는 주도적인 동량들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졸업생들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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