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 교수 (수의학과)

우리 사회가 전문가나 관심갖을 만한 질병인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럽다. 미국 쇠고기에 대한 수입조건 때문이다. 정부와 관련 학자들은 타결된 수입 조건이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안전하지 않다고 입장을 표명하는 상황이라 일반인들은 더욱 당혹스럽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정부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에 따라 쇠고기를 수입한다고 나서면서 종전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하면서까지 협상을 마무리하여 문제가 시작되었다. OIE는 원래 국가간 교역 과정 중에서 동물 질병 전파를 방지할 목적으로 생겨났고, 안전한 교역을 위한 최소한의 국제 기준을 마련한다. OIE는 의학이나 수의학의 과학 단체가 아니기에 각 나라의 교역에 있어서는 해당 국가의 기준을 존중한다. 다시 말하면 OIE의 기준은 교역을 위한 기준이지 과학적 기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허술한 수입조건을 지적하는 이들에게 OIE 기준이 마치 과학적으로 증명된 기준인 양 변명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을 등장시켰지만,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에 시민들의 촛불 시위는 점차 커져만 갔다. 이에 정부가 과학자의 권위를 빌려 비과학적 이야기를 유포하면서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광우병은 전염병이 아니며 조만간 사라질 질병으로 둔갑하게 된다. 이런 논리는 방역이라는 관점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유사하게 취급돼야 할 두 질병인 광우병과 조류독감에 대하여 정부가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의 근거가 되었다. 조류독감 사망 사례는 국내에는 없으며 60억 인구 중에 현재 약 250명 정도의 사망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방역에 있어서는 당장의 발생률보다도 앞으로의 위험을 총체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총력을 다한 조류독감에 대한 방역은 당연한 것이고 이러한 관점은 광우병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국민은 현재 수입조건에서 안전할까? 지금 정부는 OIE의 기준이라는 초라한 명목과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미국과의 협상 조건이 국제적이고 과학적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위험도에 대한 판단은 사전 예방의 원칙에 따라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또한 이 과정에서의 정책결정은 단순히 과학적 사실만을 근거로 하지는 않는다. 정책은 각 나라의 산업구조나 사회구성 집단 간의 위기 인지도(risk perception), 더 나아가 소비자가 지닌 신뢰도(consumer confidence) 등을 고려해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와 일반 시민을 포함한 각 사회 집단 간의 투명한 소통이 중요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색깔론과 음모론을 거론하며 국민의 소리는 들을 생각도 없이 상황을 단순한 확률과 괴담 논쟁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정부, 더 나아가 스스로의 합리화를 위해 곡학아세하는 과학 속에 객관적 상황을 보지 않고 스스로만 옳다며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소모적 싸움을 계속하는 정부는 나에게 벌거벗은 임금님의 우화를 생각나게 할 뿐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언제가 되어야 국민의 소리를 들으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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