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서 따뜻함 찾고자 노력

“떠난다는 생각을 안 해서인지 별로 섭섭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라며 박동규 교수는 퇴임 소감을 밝혔다.

61년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69년부터 서울대 강단에 선 박 교수는 창작을 하는 아버지 박목월 시인과 달리 국문학의 이론적 체계를 정립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50년대 한국 전후 소설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왔다.

교수시절 학생과 어울리길 즐겼다는 그는 학생들에게 큰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한 일화를 소개했다.

“동숭캠퍼스 시절, 시험 시간에 몸을 웅크린 자세로 컨닝을 하는 학생을 발견했는데 엄청 화가 나더군. 컨닝페이퍼를 찾으려고 옷 속에 손을 넣었는데 차가운 맨살만 잡히더라구. 당시 강의실에는 스팀이 들어오지 않았어. 너무 가난해서 내복을 못 입었던게야.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내가 가르치는 학생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 때문에 부끄러워.”

그는 학생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 안에서 따뜻함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에게』, 『내 생애 가장 따뜻했던 날들』 등의 수필집을 통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왔다. 박 교수는 퇴임 후에도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주제로 수필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국립대 교수라는 신분 때문에 마음 놓고 여행 한 번 다녀오지 못했다고 한다. “놀지 못했다는 것은 곧 마음 편히 지내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퇴임 후의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그는 “놀아야지”라고 한 마디로 답한다. “요즘 서울대는 취업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박 교수는 “대학은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고 지성인의 모양을 갖춰 주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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