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에서 45개의 숫자 가운데 6개를 고르는 8,145,060가지 방법은 모두 같은 확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1, 2, 3, 4, 5, 6의 숫자를 가진 로또 복권보다 2, 13, 17, 20, 29, 36을 훨씬 더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종이의 크기는 A4나 A3  등 A계열 용지와 B4나 B5 등 B계열 용지로 나뉜다. 이 두 가지 계열의 직사각형 용지는 모두 두 변의 비가 1:1:√2이다. 종이의 모양을 이런 비율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두 질문은 각각 『숫자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우아한 생존 매뉴얼』과 『세상은 수학이다』에서 뽑은 것들이다. 두 책은 ‘수’라는 동일한 주제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풀어가는 과정이 달라 함께 읽으면 더욱 흥미롭다.

『숫자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우아한 생존 매뉴얼』의 저자 존 앨런 파울로스 교수(미국 템플대ㆍ수학과)는 ‘Innumeracy(수맹)’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소개한다. 이 책의 원제이기도한 ‘수맹’은 숫자 또는 수학에 무지함 혹은 그런 사람을 뜻한다. 이런 사람들은 주식시장에서 ‘대박’이 난 친구를 보며 자신도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첫사랑과 재회하는 꿈을 꾼 다음 날 실제로 그 사람을 만난다면 꿈에 예지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사례들은 모두 수맹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약점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정 사건을 개인화하고, 우연적 사건에 의미를 둔다”며 “이 때문에 수학적 객관성을 잃는다”고 지적한다. 책은 한글판 제목과는 달리 수맹들을 위한 뚜렷한 매뉴얼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실생활에서 수맹들이 범하는 수학적인 오류들을 보여주며 독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세상은 수학이다』의 저자 고지마 히로유키 교수(일본 데이쿄대ㆍ경제학)는 ‘수’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주려 노력한다. 책은 자연수, 분수, 무리수, 허수까지 단계적으로 수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저자는 자연수의 8진법을 설명할 땐 손가락이 8개인 ET를, 2진법을 이야기할 땐 손가락이 둘 뿐인 도라에몽을 불러오는 위트를 발휘한다.

책은 사무용지를 통해 무리수의 신비함을 설명한다. 1:√2의 비율로 만들어진 A3용지를 반으로 접으면 다시 1:√2의 비율인 A4용지가 된다. 또 시계 추의 주기나 미팅에서 한 커플도 탄생하지 않을 확률 등 생활 속에 숨어있는 무리수도 보여준다. 독자들은 각 장의 소주제에 맞는 퀴즈를 풀며 지루하지 않은 독서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수’라는 소재는 같지만 두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다르다. 파울로스가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실(fact)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라며 수학적 능력의 필요성을 설파한다면 히로유키는 “수와 수학은 사회를 진보시키면서 스스로도 계속 진화”한다며 수를 통해 세상을 이해해보기를 권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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