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해도, 안해도 문제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환영 못 받아

대학가에 강의평가 공개 요구 바람이 거세다. 올해 초 동국대가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타 대학들도 강의평가 공개 요구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교수 사회는 여전히 강의평가 공개 실익을 두고 갑론을박 중이고, 대학들은 소극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학생 사회는 자구책으로 자체 강의평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서울대는 총학이 자체 강의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고 연세대, 이화여대 등은 학보를 통해 강의평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이고 있다.

강의평가의 실행목적은 강의의 피드백과 교수 심사 자료로의 활용에 있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박거용 교수(상명대·영어교육학과)는 “강의평가는 교수들이 학생들로부터 자신의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보다 발전적인 강의를 지속해 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교무팀 김영훈  과장은 “대학 행정 측에서 교수의 재임용 등의 인사 결정 과정에서 객관적인 심사 결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의평가의 효용성에 대한 긍정적인 목소리가 높음에도 강의평가에 호의적인 교수는 드물다. 이에 박거용 교수는 “교수들이 강의 자체에 충실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교수의 기본은 강의이며 강의를 위해 연구를 하고 여력이 있을 때 사회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인데 요즘 교수들은 주객전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수노조 김일 선전부장은 “교수노조에서 강의평가 공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결론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며 “밥그릇 챙기려고 강의평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강의평가 자체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강의평가는 학생 사회에서도 신뢰도 측면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총학의 자체 강의평가 결과 공개에 대해 임하나씨(의류학과·03)는 “주관적인 평가가 즐비해 신뢰할 만한 정보인지 모르겠다”며 “수업의 객관적인 질보다 학점이 후한 교수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아 강의평가의 취지가 무색해 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당국도 강의평가를 잘 활용하고 있지는 못하다. 매학기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인사 결정 과정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본부 교무과 이혜경 행정주사는 “서울대는 각 단과대에 강의평가 반영 여부를 위임하고 있어 각 대학에서 승진, 재임용 심사시 기준에 강의평가 내역을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의평가를 인사 결정 과정에서 참고자료 정도로만 이용하는 게 대다수라는 것이다. 강의평가가 전임교수와 시간강사에게 차등 적용되는 것도 문제다. 김영훈 과장은 “강의평가 결과는 전임교원과 외래강사에 차등 적용하고 있다”며 “전임교원은 하위 20%면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일정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외래강사의 경우 하위 10%일 경우 다음 학기에 시간 강사 추천을 받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의평가 결과에 따른 실질적인 불이익은 외래강사에게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강의평가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활용의 측면에서 교수 사회와 학교 당국, 학생 사회의 의사소통의 부재가 현재의 문제점을 일으키는 것이다. 서민원 교수(인제대·교육학과)는 “강의평가가 교육의 질을 향상하는 자극적 기제임에는 분명하지만 강의평가를 외적 통제나 인사관리의 수단적 목적으로 혼동해서는 안된다”며 “강의평가가 수단적 목적으로 활용되면 대학이 비교육적 장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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