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숭례문을 지나게 되었다. 얼마나 복구되어 있을까 하는 궁금함에 가림막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진전이 더딘 것 같아 씁쓸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래서 어느 세월에 이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지 벌써 반년이 넘게 지났다. 숭례문의 소실로 문화재 관리의 부실함이 연일 도마에 올랐고, 정부는 국민 앞에 각성과 쇄신의 노력을 약속했다. 이에 대한 실천의 일환으로 지난 1일에는 여야 국회의원 18명이 숭례문 화재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문화재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문화재를 보호하는 데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아 보인다. 문화재청이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에게 제출한 ‘주요목조문화재 상주감시인력 지원 및 배치현황’ 자료에 의하면 올해 8월말 상주감시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목조문화재가 무려 53개소나 된다고 한다. 이는 숭례문 화재와 같은 사건이 되풀이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사찰에는 첨단 방재장치를 설치하고, 진화 훈련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화재로 중요 문화재들을 잃고 있다. 우리는 일본보다 문화재 관리에 소홀하면서도 예상되는 위험들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입장만 견지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또한 최근 서울시 청사 철거 작업을 두고 서울시의 문화재 안전 진단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현대적 건축을 위한 안전 잣대를 건축 문화재에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문화재 안전진단 기준조차 명확하게 정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보존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화재 소실은 단순히 한 건축물이 훼손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십, 수백년을 이어온 우리 조상의 얼과 자부심이 한순간에 퇴색되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질타를 피해가기 위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미흡한 관리 시스템부터 재정비해야 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성숙한 대처 방안을 기대해본다.

 김민경 외국어교육계열․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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