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 운영 공기업
안일함에서 기인
경쟁력 확보 위해
서울대생의 역할 필요

행정대학원

공식적인 통계를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대 출신들이 국가고시나 외국 유학 등에는 관심이 많으나 기업을 평생직장으로 삼아 취직하려는 성향은 매우 낮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기업 중에서 공기업은 좀 낫다고 하나 그래도 공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서울대 출신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공기업에 취직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나, 서울대 출신의 경우 본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지금보다는 휠씬 더 많은 인재들이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공기업을 매우 좋은 직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월급이 상대적으로 많고 신분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소위 ‘신도 부러워 하는 직장’이란 말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도리어 공기업은 한나라의 국가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공공기관인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그 역할이 중요하기에 서울대 출신 같은 우수 인력이 가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금의 우리나라 공기업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얼마 전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모 인사가 『세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공기업은 방만경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탄하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다가서기 위해서라도 공기업이 안고 있는 뿌리깊은 문제점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도 공기업에 ‘주인정신’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공기업을 세발자전거를 타는 식으로 안일하게 운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공기업은 대부분 독점적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한번 직장에 들어가면 굳이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가 없다. 적당히 편하게 일하면서 봉급만 열심히 챙기면 된다. 봉급수준도 만만치 않아 최근 발표된 정부보고서에 의하면 302개 공공기관의 임원을 제외한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5,34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임금 3,220만원보다 66% 많은 수준이다. 물론 연봉수준이 높다는 것은 그 직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봉급수준만큼의 생산성을 발휘하느냐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민간기업의 노동생산성보다 훨씬 낮게 평가 되고 있다.

그러면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아마도 민영화할 수 있는 공기업은 민영화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새정부에서도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구호 속에서 민간이 수행 가능한 영역은 민간에 넘기면서 민간영역을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공공기관의 민영화가 무조건 좋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내부적 경영혁신을 통해 공공기관의 체질을 강화하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민영화 못지않게 중요하다.

여기에 서울대 출신이 해야 할 역할과 사명이 있다. 서울대의 핵심 이념은 진리탐구, 그리고 자유와 정의 추구다. 서울대생이라면 이러한 학교의 핵심 이념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기에 방만과 부조리가 판치는 공공부문에 진출해 이를 바로 잡아 한국을 선진대열에 진입시키는 막중한 일역을 담당할 사람들이 바로 우리 서울대생들인 것이다. 서울대생은 이 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만큼 서울대생은 우리나라의 희망이다.

김동건 교수
행정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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