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채용된 외국인 교수들을 만나다

교수들 “서울대 생활 전반적으로 만족”
외국인 교수 위한  생활 지원 아직 부족하다

이번 학기에 새로 부임한 안드리아 피어슨(Andrea Pearson) 교수(고고미술사학과)가 지난달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국으로 돌아가 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본부는 지난 8월 22명의 외국인 교수를 신규 임용했으며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외국인 교수를 유치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피어슨 교수의 일을 계기로 본부가 외국인 교수 지원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외국인 교수 임용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학신문』은 이번 학기 부임한 올리비아 밀번(Olivia Anna Rovsing Milburn) 교수(중어중문학과), 마크 시더리츠(Mark Siderits) 교수(철학과), 로버트 파우저(Robert J. Fouser) 교수(국어교육과)를 만나 서울대에서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을 보낸 소감을 들어보고 외국인 교수의 서울대 생활을 짚어봤다.

◇서울대 생활, 아직까지는 만족스러워=지난 한 달 동안 세 교수는 주거 환경, 강의 등 서울대 생활이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BK 국제관에 머물고 있는 밀번 교수는 “연구실이 가까워 여유롭게 숙소를 오갈 수 있어 좋다”며 “관악산을 끼고 있어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닌 아름다운 녹색 풍경을 접할 수 있는 것 역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교수 아파트에 짐을 푼 시더리츠 교수 역시 “지하철이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수업 참여에 대해서도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국어교육연습’과 ‘한국어교육실습’을 강의하는 파우저 교수는 “외국인 학생들도 수업을 듣지만 한국인 학생의 비율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 수업인데다 학생들의 참여가 필요한 수업이라 걱정했지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이고 질문도 활발하게 한다”며 “피드백이 잘 돼 강의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허점 많아=하지만 앞으로의 대규모 외국인 교수 임용에 앞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여러 면에서 드러났다.

철학과는 한국어로 소통이 힘든 시더리츠 교수를 배려해 교포 학생을 수업 조교 겸 전담 조교로 배정했다. 시더리츠 교수는 “영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숙한 조교가 한국어 문서도 바로 번역해주는 등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국어에 능하지 못한 외국인 교수가 학교 정보를 얻고 강의를 준비하는 데는 조교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규정상 새로 부임한 교수는 첫 학기에는 조교(강의연구지원장학생)를 배정받지 못해 학과 차원에서 인력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학교생활뿐 아니라 외국인 교수의 일상생활과 가족을 위한 지원 역시 아직은 미흡하다. 교수들에게 제공되는 학내 생활공간인 교수 아파트와 BK국제관 등은 사용기간이 3년으로 제한된다. 공식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연장이 가능하지만 외국인 교수가 늘어나게 되면 기존의 지원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전망이다.
가족들의 한국 적응을 위해 필요한 한국어 교육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언어교육원이 제공하고 있는 한국어 강의는 일반 성인이 그 대상으로, 외국인 교수 당사자에 한해서는 교직원 혜택이 주어지나 가족에게는 혜택이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본부는 앞으로 외국인 교수를 전담하는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행정적인 지원과 함께 교수 간의 교류를 돕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주종남 기획실장은 “올해 안에 외국인 교수를 위한 지원센터를 마련하려 한다”며 “내년부터는 표준 양식을 만들어 공문의 내용도 한글과 영문을 병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문대도 이번학기부터 ‘인문대 주간소식’을 한글과 영문 두가지로 제공하는 등 외국인 교수를 위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또한 본부는 외국인 교수에게도 기존의 조교 배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외국인 교수들에게는 첫 학기부터 본부 차원에서 조교를 배정할 예정이다.

김명환 교무처장은 “외국인 교수들간의 교류를 증대시키고자 외국인 교수 모임을 주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주종남 기획실장은 “체계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외국인 교수들에게 실제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의견수렴을 거쳐 이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소속 학과 교수들이 자체적으로 외국인 교수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지만 표준화된 내용이 나오면 학과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 교수의 생활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큰 틀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외국인 교수의 주거 문제에 대해서 주종남 기획실장은 “일단 학내 생활공간에 여유가 있어 앞으로 서울대에 오는 교수들은 수용할 수 있다”며 “한국인 교수와의 형평성 문제, 외국인 교수들이 집을 구하기 힘든 현실 등을 고려해 충분한 합의를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손창용 언어교육원장은 “외국인 교수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강의는 강의 실수요 등에 대한 기초조사를 바탕으로 계획해야 하는 일”이라며 “외국인 교수와 그 가족들의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주종남 기획실장은 “자녀 교육 등 외국인 교수 가족에 대한 지원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일반학교에 국제반을 편성해서 외국인 교수의 자녀를 수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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