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 차원 체계적 방향 제시 없이 과별로 운영 … 학생들 “출석 채우기용” 비판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제2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외국어입문1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어입문 수업에서 말하기·듣기 교육을 위해 정규수업 외에 별도로 운영하는 랩수업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랩수업? “왜 듣는지 모르겠어요”=외국어 랩수업은 문법 위주로 진행되는 정규수업을 보완하기 위해 본부가 별도로 마련한 말하기와 듣기 위주의 수업이다. 하지만 김새미씨(가명·인문계열1·08)는 “랩수업을 듣고 있지만 회화 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지는 않다”며 “몇몇 학생들은 랩수업 시간에 다른 과목 숙제를 하는 등 출석만 하러 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출석을 부르고 난 뒤 강의실을 나가는 학생이 있고 수업이 끝날때쯤 들어와 출석만 체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랩수업이 시간을 채우기 위해 형식적으로만 운영될 뿐 실질적인 학생들의 참여는 매우 저조한 것이다. 
 
◇수업참여 유인 없는 데다 본부 나 몰라라=학생들이 랩수업을 등한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만한 유인이 없다는 점이다. 랩수업의 출석률이 정규수업 성적에 크게 반영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랩수업 출석률을 성적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수업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정규수업과 랩수업의 강의내용이 동떨어져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전환희씨(사회과학계열·08)는 “랩수업이 정규수업을 따라가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아 굳이 들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랩수업이 원래의 취지대로 회화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성적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듣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랩수업에 대한 본부차원의 제도 구축 없이 해당 학과에 랩수업 관리를 전적으로 일임한 것도 문제다. 손지은 조교(서어서문학과)는 “본부의 특별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원 없이 각 학과가 자율적으로 랩수업을 운영하다보니 어려움이 많다”며 “사정상 대학원생 조교가 강사료 없이 랩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정규수업처럼 제한된 인원을 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몰리는 점심 시간대에는 앉을 자리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내실있는 수업 위한 대책 필요=랩수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내실 있는 교과과정을 마련하고 본부차원의 관리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이에 대해 노영주 조교(독어독문학과)는 “독어독문학과의 경우 정규수업 교재의 듣기, 발음 등을 공부하는 방식으로 정규수업과 랩수업을 긴밀히 연관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어서문학과는 시간때우기식의 일회적인 랩수업으로 끝나지 않도록 입문자 수준에 맞춘 랩수업 교재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본부는 아직 랩수업 관리시스템에 대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기초교육원 이현숙 부원장은 “이전까지 학과에서 공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하거나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어 랩수업 강사 배정 문제, 강의실 부족 문제 등의 어려움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앞으로 학과에서 요청을 하고 랩수업의 문제점이 공론화되면 이를 시정하기 위해 기초교육원도 전폭적인 지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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