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자연대 도입 예정 … 단과대간 형평성 문제 제기될 듯
본부 “전공 수요 폭증 없을 것”이라며 수요 파악, 강좌 증설 등 준비 미흡해
학생사회는 여전히 반대입장 고수

제2전공 의무화 내용을 담은 ‘전공이수제도 개선정책’이 다음 학기부터 일부 단과대에 도입된다. 본부는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등 3개 단과대가 이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세부 내용은 논의를 통해 내년 2월까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공이수제도 개선정책’ 도입으로 예상되는 각종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제도 시행을 위한 논의와 준비가 미흡하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공이수제도 개선정책이 시행될 단과대 학생들은 △복수전공 △연합전공 △연계전공 △학생설계전공 등을 통해 타 학과의 전공수업을 들어 새로운 전공을 이수하거나 △심화전공을 선택해 소속학과의 전공과목을 추가로 이수해야 한다. 본부는 지난해 7월 ‘복수전공 및 연합전공 제도 개선방안’을 의약학계열을 제외한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올 1학기부터 시행하려 했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이를 연기했다.

◇인·사·자 일부 단과대만 도입=전공이수제도 개선정책은 당초 학제적 교육의 보완성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쌓도록 해 학문융합을 구현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현재 전공이수제도 개선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과대는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로 3개에 불과하다. 결국 상대적으로 복수전공을 선택하는 학생의 비율이 높고, 순수학문을 다루는 단과대들만 시행하게 된 셈이다. 이에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쌓도록 하겠다는 본래 도입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임경훈 교무부처장은 “많은 단과대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하거나 해당 전공수업만으로도 학업부담이 크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각 단과대의 특성을 고려하다 보니 시행 단과대가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답했다.

◇강의수요에 대책 전무=본부는 내년 도입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늘어날 전공강의의 수요 파악과 이에 대한 대비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본부는 제2전공제 시행 후에도 전공강의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늘어나는 수요에 대해서는 추후 상황을 살펴가며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대로 정책이 시행될 경우 강의수요 증가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수요가 높았던 일부 인기 전공강좌의 경우 제도 변경으로 강의수요가 더욱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왕재현씨(인문계2·08)는 “타 전공에 큰 흥미가 없는 학생들에게 제2전공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다수가 경영학, 경제학, 법학 등 실용학문을 선택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부가 전공선택 편중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단과대 차원에서도 강좌 수를 별도로 늘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곽수근 경영대 학장은 “제도 시행 후에도 경영대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강의를 늘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현 수강신청 제도에서 ‘제2전공’을 선택하는 학생이 크게 늘면 수강신청 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의 부담이 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학과의 경우 복수전공 등을 통해 해당 학과의 전공수업을 듣는 타과생들은 수강신청에서 해당 학과 학생의 수강신청이 끝난 후에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등 차등을 두고 있다. 수강신청에 대한 보장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2전공이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사과는 “연구팀을 만들어 강의실 배정, 수업편성 등에서 한쪽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막겠다”면서도 “다만 무제한적으로 강의를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경훈 교무부처장은 “흔히 말하는 인기학과의 강좌는 이미 포화상태”라며 “강의 수를 무작정 늘릴 경우 강의 여건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기때문에 학생들의 수요를 봐가며 조절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심화전공 시행도 ‘무리’=한편 해당 전공 내부에서 이수 과목을 늘리는 심화전공 제도도 일부 소규모 학과의 경우 정상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본부는 제2전공제 도입으로 학생 부담이 늘 것이라는 우려에 “꼭 타 전공과목을 이수하지 않더라도 심화전공을 통해 소속학과의 전공을 이수해 졸업할 수 있다”고 답하고 있지만 개설된 전공과목 수가 적은 소규모 학과의 경우 이를 시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어 노어노문학과의 경우 2008년 2학기 현재 개설된 전공과목은 총 13개로 인문대의 학점 이수기준(전공과목 최소 39학점 이상 이수)을 겨우 만족시키고 있어 전공과목의 추가 개설 없이는 심화전공 제도 실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단과대간의 소통=이같은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본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체 단과대 중 3개 단과대만이 전공이수제도 개선정책을 시행하게 되면서 학생을 ‘보내는’ 단과대와 학생을 ‘받는’ 단과대가 생겨 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각종 대책 마련과 원활한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단과대간 협력과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본부는 당장 내년 3월부터 제도가 시행되는 데도 2월까지 전공이수제도 개선 단과대를 확정한다는 계획을 밝혀 단과대간 의견 조율이 이뤄지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본부는 “전공이수제도 개선정책이 도입돼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심화전공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제도의 시행으로 복수전공 등 타학과 전공수업을 듣는 학생이 늘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렇게 큰 폭으로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별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

임경훈 교무부처장은 “지난 2006년부터 본부는 전공이수제도 개선정책에 대해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해왔다”며 “본부에서 ‘단과대 확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내부의 조율까지 끝낸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내년 시행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학생 반발은 여전=한편 ‘전공이수제도 개선정책’에 대해 학생사회에서는 ‘학생의 선택 자유가 침해된다’며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진혁 부총학생회장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의사가 중요하다”며 “특히 사회대 학생회는 지난 4월 총투표를 실시해 학생들의 의견을 사회대 측에 전달했는데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임대환 사회대 학생회장도 “총투표 후 학장과의 면담에서 학교 측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당사자인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정책을 발빠르게 추진하는 것은 비민주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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