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학회 추계학술대회

“세상에 철학을 있게끔 한 것은 고매한 ‘정신’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몸’이다.” 우리는 현재 삶을 ‘궁핍’한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생기 ‘넘치는’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지난 1일(토) 고려대 인촌기념관 제1회의실에서 ‘미학과 문화의 만남’을 주제로 한국미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미학회만 참여했던 기존 학술대회와 달리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미학회, 고려대 조형학부, 고려대 철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해 각 학문 간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전예완 강사(미학과)는 ‘니체의 미적 전회: 당대 문화를 위한 근원적 처방’에서 “궁핍의 시대에 대한 니체의 처방은 삶에서 도덕의 차원을 제거해 버리는 것이었다”며 “그 후 실존에서 남는 것은 삶의 본모습이며 겪음 그 자체를 즐기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니체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니체가 살았던 시대는 궁핍한 삶의 고뇌로 인해 삶 너머의 절대성을 갈망하는 낭만주의적 비관주의가 팽배했었다. 전 강사는 ‘세계와 실존은 오직 미적 현상으로서만 영원히 정당화된다’라는 니체의 ‘실존의 미적 정당화 테제(명제)’를 언급하며 “니체는 이 선언을 통해 ‘진·선·미 사이의 오랜 위계를 전도’시켰다”고 말했다.

전 강사는 『즐거운 학문』에 나타난 니체의 철학을 통해 실존의 미적 정당화 테제를 해석하는 실마리를 찾는다. 그는 “니체는 ‘궁핍’과  ‘넘침’이라는 근원을 ‘생물학적 조건’이라 말함으로써 그것이 몸의 특성임을 부각시키고, 이를 미학과 연결시킨다”고 말했다. ‘몸’이 중심이 된다는 것, 이것이 니체의 ‘미적 전회’의 핵심 내용이다.

그는 또 당대 문화를 위한 근원적 처방을 내린 니체의 작업이 철학의 책무임을 강조했다. 그는 “니체는 자신의 철학이 자신의 시대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그러한 시대 진단과 극복이 철학 본연의 역할과 기능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아도르노, 메를로-퐁티 등에 대한 발표들도 이어졌다. ‘예술사회학으로서의 아도르노 미학’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정성철 강사(미학과)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예술사회학의 관점에서 아도르노의 미학을 고찰했다. 그는 “예술적 생산력으로서의 재료는 예술가에게 물질적 생산력이 생산자에게 행사하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강제력을 행사한다”며 “예술과 사회의 내재적 관련에 대한 아도르노의 설명모델이 예술사회학적 문제의식과 일치점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아도르노의 미학은 이러한 틀에서 학문적 합리성의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설명했다.

윤대선 교수(강원대·철학과)는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신체주의와 세잔의 예술세계’에서 메를로-퐁티의 사상을 통해 세잔의 예술 작품을 분석했다. 그는 “메를로-퐁티의 사상 중 나의 신체와 타인의 신체가 서로 얽혀있음을 의미하는 상호주체성에 주목했다”며 “세잔은 세계의 내적인 연관성을 그려내고자 형태와 색채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데리다 이후의 칸트 미학’라는 주제발표에서 최준호 강사(고려대·철학과)는 칸트 미학의 현재성을 미학적 경험의 고유성에서 찾고자 했다. 그는 “미학적 경험의 고유성은 수행되는 미학적 주체의 자기준거적 활동에 있다”며 “이러한 활동은 자유로운 놀이로 특징지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형태는 숭고의 경험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해완 교수(미학과)는 이번 학술대회에 대해 “시간 제약 상 많은 발표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면서도 “학문간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국미학회 회장 백윤수 교수(고려대·조형학부)는 “미학은 칸트가 말한 무관심적 특징을 띠고 순수학문으로 발전했지만 미학 역시 사회·문화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학술대회가 미학과 문화의 접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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