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비밀

마이클 티어노 지음┃김윤철 옮김┃아우라┃240쪽┃1만2천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헐리우드 영화 시나리오 집필에 적용한다? 아직도 많은 헐리우드 제작자들은 쓰인 지 2천년도 넘은 책 한 권을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바이블’로 여긴다.

영화 시나리오 집필 요령을 『시학』에서 찾는 마이클 티어노의 『스토리텔링의 비밀』이 출간됐다. 저자는 독립영화를 제작한 바 있고 시나리오 작가, 스토리 분석가로 활동하며 쌓은 연륜으로 시나리오 분석의 일가견을 보여준다. 저자가 분석한 시나리오 작성의 비법을 들어 보자.

『시학』 6장에는 “비극은 진지한, 일정한 크기를 가진, 완결된 행동의 모방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를 시나리오 집필에 활용하려면 먼저 그 의미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시학』의 ‘모방’은 실제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예술은 실재와 흡사한 모습을 띠지만 실재와 다르게 하는 장치들까지 정교하게 조직해야 한다. 이 장치들이 관객들에게 정서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영화 속에서 테이블 밑에 있는 폭탄이 갑자기 터진다면 좋은 영화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이 좋은 예다. 실제 폭탄은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터진다. 하지만 이 원칙을 적용해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는 영화의 관객들이 테이블 밑에 폭탄이 있다는 사실과 그 폭탄이 ‘터질 것 같다’는 사실을 ‘미리’ 알게끔 해야 한다. 관객들은 이러한 정보를 통해 “폭탄은 언제 터질까” 같은 긴장된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인물을 창조할 때 쓸 수 있는 다섯 가지 삶의 행동원리로 섭취, 욕구, 감각, 운동, 사고 능력을 제시한다. 그 중 하나인 식생활 습관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그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날계란 네 개를 먹는 것은 그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우리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그가 다가올 권투시합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33가지나 되는 『시학』의 원칙을 소개한다. 하지만 좋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말한 원칙을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원칙을 깨기 위해 원칙을 알아야 한다”며 “규칙을 파악한 후 마음 가는 대로 규칙을 구부리고 비틀어라”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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