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공학과
우리 서울대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고들 한다. 과거 서울대로 대표되던 명문대학의 대명사가 SKY로 바뀐 지 오래다. 연‧고대의 발전에는 박수를 보내야겠지만, 서울대의 하향평준화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그동안 서울대도 발전을 위해 몸부림 쳐왔다. 국제적인 컨설팅 회사에 용역도 줘봤고, 선진국 명문대 총장들의 자문도 수시로 받아왔다. 이미 작성된 발전계획 보고서들만 해도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이 있다.

그런데 “과연 서울대는 충분히 발전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그 어느 누구도 꼭 ‘그렇다’고 답하지 못한다. 물론 예산의 부족, 정부의 규제 등 서울대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수없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서울대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 최고에 안주하며 실질적인 경쟁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피나게 경쟁할 ‘맞수’ 즉, 라이벌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쌍둥이 별로 불리는 영국의 옥스브리지(Oxbridge)는 인문학 중심의 자유분방한 학풍의 옥스퍼드대와 자연과학 중심의 엄격한 학풍의 캠브리지대를 일컫는 말이다. 대학의 명예나 사회적 영향력은 물론 스포츠, 연구비 등 끝없는 경쟁은 두 대학을 세계 최고의 명문으로 만들었다. 최근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의 경우 전과목 모범생의 관리양성에 주력한 도쿄대와 특정분야에서 뛰어난 학자 양성에 몰두한 교토대가 역대 수상자를 각각 5명씩 배출한 것도 경쟁의 결과다.

서울대를 세계초일류대학으로 발전시키는 방법 역시 이들처럼 맞수의 경쟁상대를 만들어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하는 것이다. 서울대를 분리라도 하자는 제안은 한국에서 서울대의 맞수가 저절로 출현하기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생각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서울대를 분리하는 방법은 기초학문대학과 응용학문대학으로, 또는 인문사회계대학과 이공계대학으로 등 여러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학문분야별로 분리된 서로 다른 성격의 대학 간에도 과연 경쟁이 가능할까하는 우려는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 하버드대와 MIT, 중국의 베이징대와 칭화대(淸華大)는 인문사회 중심 대학과 자연과학 중심 대학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모범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분리하는 방법보다, 분리하여 경쟁할 맞수를 만드는 것임을 명심하자.

현 관악캠퍼스 내에 학문적, 행정적으로 독립된 두 대학이 공존하며 각기 그 개성과 장점을 살려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한다면 경쟁의 효과를 더 한층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서울대를 미국의 UC버클리와 UCLA처럼, 관악캠퍼스와 과천캠퍼스(?)로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대학의 분리는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산고(産苦)는 세계초일류대학의 탄생이라는 축복으로 보답받을 것이다.

최근 서울대 최대의 관심사인 ‘법인화’는 정부로부터 얼마나 많은 지원과 얼마나 많은 자율권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러나 물질적 제도적 지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와 집념이다. 그리고 이는 맞수간의 피나는 경쟁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법인화를 계기로 서울대를 분리하여 서로 경쟁할 맞수를 만들자! 그렇게 하면 한국인 특유의 경쟁심이 서울대를 동양의 옥스브리지로, 또 쌍둥이별로, 빛을 발하게 할 것이다.

김태유 교수
산업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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