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편집장
여러분은 ‘철사마사건’을 기억하고 있는가? 세월이 흘러 철사마사건을 잊었거나 “철사마(?)가 뭐야?”라고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철사마사건을 간단히 소개하겠다.

때는 2005년, 서울대 중앙도서관 내에서 일명 ‘철사마’ 김모씨와 그의 여자친구 강모씨가 시끄럽게 잡담을 하자 옆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아무개씨는 조용히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여자친구 앞에서 무안을 당했다고 생각한 철사마는 사과는커녕 오히려 격분해 조용히 해줄 것을 요구한 학생을 주먹으로 마구 폭행했다.

당시 이 사건은 스누라이프에 글이 올라오는 것으로 시작해 일간지에 기사화됐고 심지어는 방송 뉴스에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철사마와 그의 여자친구는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돼 그들의 사진, 핸드폰번호 등이 인터넷에 공개됐고 그들의 미니홈페이지는 갖가지 욕설로 도배됐다. 또 그들의 사진이 온갖 종류의 우스꽝스러운 사진에 합성돼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돌아다니기도 했다. 물론 그들이 ‘개념 없는’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대가’로 그들이 당한 고통은 사람으로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이에 철사마는 ‘현실 도피처’로 군 입대를 선택했고 이 사건은 그렇게 잊혔다.

철사마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조금 지난 지금, 또 하나의 ‘철사마사건’이 이 고요한 관악캠퍼스를 흔들고 있는 것 같다. 체육교육과의 한 조교가 스키캠프 접수과정에서 한 학생에게 반말과 욕설에 준하는 말을 하고 손을 올리며 위협을 주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글들이 스누라이프에 도배되다시피 올라왔다. 당연히 이 글들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운동만 해서 인터넷 할 줄 모른다고는 안하겠죠”, “머릿속이 대변으로 꽉 차 있으니 대변밖에 안 나오는 걸지도 모르겠죠.” 조교에 대한 인신공격성 댓글이 달렸다. 그리고 이 사람이 소속된 ‘체육교육과’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병신들 그냥 보면 우리학교 아닌 티가 너무 많이 나”, “여학생이면 그저 사족을 못 쓰지…….”

물론 체육교육과의 한 조교는 비판 아니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당시 상황이 어떠했든 그 학생이 어떤 태도를 보였든 조교는 학생을 상대로 그런 행동을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 어떠한 이유로든 이와 같은 행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이성적으로 바라보려는 서울대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왜 조교가 학생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는지 생각해보려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체육교육과는 원래 그렇다’, ‘그놈들은 근본적으로 무식하다’라는 식의 댓글만 달릴 뿐이었다.

내가 이 글을 통해 조교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부과정을 이수하고 조교를 맡고 있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만약 어떠한 이유도 없이 그런 상황을 발생시켰다면 그 조교는 ‘서울대학교 조교’라는 명함을 내밀 자격이 없다.

다행히도 조교는 스누라이프에 사과문을 게시했고 이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도 이번 일을 이쯤에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려 ‘스키캠프사건’은 ‘철사마사건’과는 달리 이 정도에서 일단락된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도 체육교육과의 한 조교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사람도 있지만.

가슴이 아프다. 대한민국 최고의 집단 지성이라는 이 공동체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온라인’에서 조교를 인신공격하고 체육교육과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며 조교의 홈페이지까지 찾아가 욕설을 퍼붓는 ‘빛나는 집단 지성’을 보라. 오늘도 씁쓸하게 웃으며 편집실에서 관악의 깊은 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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