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에너지 정책 위해
중·장기적 목표 분명히 해야
국민을 이롭게 하는
녹색성장 정책을 기대한다

2004년 6월에 있었던 일이다. 주한 러시아대사였던 테이무라즈 라미쉬발리(Teymuraz. O. Ramishvili)는 한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며 이는 미국, 유럽 등과 다른 모습”이라고 핀잔을 주었다.

미국은 부시대통령이 처음 취임하던 2001년에 이미 국가장기에너지정책을 확정했고 일본은 2003년 10월에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하였다. 유럽 국가들도 스위스의 ‘2,000와트 사회건설’로 대표되는 에너지관련 장기정책을 2003년 이전에 대부분 수립하였으며 러시아도 2002년에 2020년을 목표로 하는 국가에너지계획을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2004∼2005년에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부지선정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으며 국제유가가 140달러를 돌파하던 2008년 여름에 와서야 겨우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핀잔을 들을 만했다. 일본은 2008년 봄에 2003년판을 수정한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미래소년 코난.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끼 하야오의 1978년 작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이 영화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주제가 첫머리에 나오는 ‘푸른 바다’와 코난의 고향 ‘홀로 남은 섬’으로 대표되는 ‘친환경’이다. 영화는 인류가 ‘핵폭탄보다 무서운’초자력 병기를 사용, 전쟁을 벌여 5개의 대륙을 바다에 잠기게 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바로 이 초자력 병기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이 ‘태양에너지’다. 인더스트리아의 상징 ‘삼각탑’은 바로 인공위성을 통해 얻은 태양에너지를 모아 저장하는 시설이며, 여주인공인 라나의 할아버지가 바로 그 시설의 작동비밀을 알고 있는 과학자들의 대표이다. 태양에너지가 인더스트리아를 만들고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의 시작 시점이 바로 2008년 7월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잘했다고 평가받는 에너지정책이 있다. 1970년대 1차 석유위기를 준비 없이 그대로 당했던 우리나라는 1979년 2차 석유위기가 닥쳤을 때는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선 국내 유일의 부존에너지였던 무연탄을 적극적으로 증산해 기초적인 수요를 해결하고, 과감하게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도입, 전력부문과 난방부문에서의 탈 석유화를 이룬 것이다. 1985년 국제유가 급락 이후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 국내 석탄산업은 명예롭게 ‘합리화’되었으며, 서울올림픽과 아파트 200만호 건설, 그리고 국민소득의 향상과 더불어 전기와 천연가스의 사용은 급격히 증가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는 100% 전기에너지로 구동되는 정보통신기기 제조분야에서 세계 1인자이고 시내에는 CNG버스가 매연 걱정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2008년 여름의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은 중장기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기에 분명 크게 환영할 만한 선언이며, 잘 하면 또 하나의 성공적인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너무 서두른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기본법 수립이다, 뉴딜이다하는 각종 목표들을 정신없이 발표하는 모습이나 외국언론사 칼럼니스트에게서 해답을 찾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그리 즐겁지 않다.

에너지정책의 진정한 기조는 어떠한 정책도 마찬가지겠지만 바로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 그 이상일 수 없다. 기본법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것이 아니며 또한 어떤 에너지원을 쓰느냐가 제일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정말로 어떻게 국민을 이롭게 할 것인가 하는 화두가 녹색성장 정책의 제일 앞에, 그리고 분명하게 나타나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부의 노력에 동참해 박수를 보낼 것이며, 그렇게 돼야 바로 성공하는 정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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