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라는 대로 했더니 생산비도 못건지고 빚만 늘어나”

지난 3일 안성시 서운면의 한 논두렁에서 인리 이해인 이장(56), 안성농민회 이관호 사무국장(44)을 만났다.

이 이장은 쌀농사를 짓다가, 정부의 복합농 정책에 따라 융자를 받아 소를 같이 키우기 시작했다.  83년, 90년 소값파동과 IMF를 겪으면서 빚은 불어났고, 2억 7천만원을 갚았지만 아직도 그에게는 2억원의 빚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농업 정책들은 ‘농민들에게 빚을 떠안기는 정책’이었다고 단언하는 이 이장은 이제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을 전혀 신뢰할 수가 없다고 한다.

“신문에 떠들썩한 몇십억원 지원계획, 그만큼이 고스란히 농민들 빚이야. 복합영농이고, 규모화고 정부 하라는 대로 하면 족족 망하고 빚만 남는다고. 지원금이라는 것이 그냥 주는 것도 아니고.”

그는 농산물 유통 체계에 대해서도 언성을 높인다. “농협에 출하하면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가격의 1/3밖에 못받아. 그런데 개인적으로 판로를 개척하기는 힘드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농협에 파는 거지.” 그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계산하지 않은 손익분기점이 4kg들이 포도 한 상자에 6천원인데, 올해 안성농협 포도 평균 거래가격은 4500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명이 브랜드화 될 정도로 포도가 유명한 안성은 다른 지역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올해 통과된  FTA로 칠레산 과일이 밀려들어올 생각을 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그는 “농민들이 바보인 줄 아나? 계절관세 어쩌고 해도 칠레 포도는 저장기간이 5개월이야. 1년 내내 개방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사과, 배.. 다른 과일을 칠레 포도 먹는 만큼 덜 먹을테니 결국 연쇄반응으로 다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8년간 지어 온 토마토 농사가 98년 수입이 자유화된 오렌지 때문에 완전히 망했다”는 이관호 사무국장은 지난해 농업인의 날에 발표된「농업·농촌 종합대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정부 발표대로 2013년에 농외소득 연간 1500만원을 포함해 연간소득 5천2백만원을 벌려면, 농사도 지으면서 일년에 300일을 일당  5만원  막노동을 해야 한다”고  정부 대책의 허구성을 꼬집었다.

“생산비도 못 건지고 계속 빚만 늘어간다”는 두 농민은 "망할 때 망하더라도 농사는 일단 지어야 하는 것"이라며 일터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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