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이후 독자적인 대학 문화는 끝났다”라는 말은 특별히 놀랄 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독자적 대학문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노력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공연, 학회 활동, 축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문화’를 찾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적지 않다.

여기 ‘서울대 문화의 르네상스’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월, 문화 인큐베이터의 신가영씨(국어국문ㆍ00)와 스누나우의 고건혁씨(심리학ㆍ00)를 포함한 6명은 첫 모임을 갖고 서울대 문화 네트워크 ‘문화열기’를 창안했다. ‘문화 열기’에는 ‘문화를 열다’, ‘문화의 열기(熱氣)’라는 두가지 뜻이 담겨 있다. 현재 학내 문화 행사는 자치 단위 내의 범위에서 개별적이고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고,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를 능동적으로 연결시켜 보자는 것이다.

‘문화 열기’는 4월경 문화 포털 사이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학내 공연정보 총망라 ▲관객들의 리뷰를 통한 공연 주체와의 소통 유도 ▲기존 「문화 인큐베이터」 온라인 공간 마련 ▲동아리 소개, 공연 장소 및 장비 대여 알선 등의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외에 대동제 준비 및 ‘뺀짠’과 같은 기획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스누나우에서 활동하며 기획에 참여한 고건혁씨는 “작년 대동제의 성공사례를 보면 서울대 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잠재된 욕구를 읽을 수 있다”며 “‘문화열기’가 학내 문화 홍보 방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면,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공연을 관람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능동적 행사 참여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선 학내 문화에 무관심한 학생들을 끌어들일 이렇다할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이트 구축과 유지에 필요한 재원과 컨텐츠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회 및 여러 문화 단체들과의 충분한 의견 교환과 구체적 위상 정립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화된 컨텐츠를 바탕으로 많은 방문자수를 기록하고 있는 스누라이프 모델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 열기’의 움직임은 관악에서 새로운 문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도, 대학 문화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새내기들게도 분명 희소식이다. 이 노력이 씨앗이 되어 캠퍼스에 풍성한 문화의 향기가 떠돌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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