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교수 모두 광역화 불만족 비율 높아 전공교육 미흡, 소속감 감소 등 단점으로 지적돼 다수의 학생, 교수 학과별 모집으로 회귀 원해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학생 모집단위 자율화를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시행령개정안’이 통과된 후 대학들 사이에서는 모집단위 광역화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미 서울대 내에서도 생활대, 사범대, 미대 등 세 개 단대가 학과제로의 전환을 본부에 신청했으며 인문대, 사회대, 공대, 농생대에서도 모집단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대학신문』은 모집단위 광역화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9일(월)부터 20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는 교수 102명과 학생 450명이 응답했으며 표본은 모집단위 광역화가 적용되는 인문대, 사회대, 사범대, 농생대, 생활대에서 추출했다.

◇모집단위 광역화, 불만족 의견 높아=설문조사 결과 전체 학생의 42.0%, 전체 교수의 83.2%가 광역모집에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수의 경우 ‘매우 만족’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으며 ‘매우 불만’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51.9%로 절반을 넘어섰다. 광역모집에 만족하는 비율도 지난 2006년에 비해 낮아졌다. 지난 2006년 『대학신문』이 인문겭英툈사범대 소속 교수 91명과 학생 3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수의 22.0%, 학생의 26.0%가 광역모집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반면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교수가 9.8%, 학생이 19.7%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광역모집의 가장 큰 단점에 대해서는 교수와 학생이 의견차를 보였다. 교수들은 광역화의 가장 큰 단점으로 ‘전공교육 수준이 낮아진다(31.2%)’는 점을 꼽은 반면 학생들은 6.44%만 이를 선택했다. 학생들은 광역모집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전공진입 경쟁으로 인해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24.2%)’는 점과 ‘전공진입 인원에 제한이 있어 원하는 학과에 진입하기 힘들다(23.6%)’는 점을 꼽았다. 반면 교수의 경우 각각 전체 교수의 4.8%, 10.4%만이 이를 선택했다. 이외에 광역모집으로 인한 문제로 △학생의 학과 소속감이 줄어들고(교수: 16%, 학생: 17.8%) △비인기학과의 전공자 모집에 차질이 빚어진다(교수: 14.4%, 학생: 8.9%)는 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광역모집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교수와 학생 각각 40.4%, 52.9%의 비율로 ‘전공진입 전 여러 전공을 탐색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외에 △다양한 학과 소속 사람들과의 교류(교수:5.8%, 학생:23.1%) △학과 통폐합을 통한 대학구조의 효율성 증대(교수:7.7%, 학생:2.9%) △기초 교양 학문 분야의 교육 강화(교수:5.8%, 학생:5.6%) 등이 광역모집의 장점으로 거론됐다.

한편 광역모집 만족도의 단대별 특징도 드러났다. 생활대의 경우 설문에 응한 교수 8명 전부가 모집단위 광역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그 이유로는 소비자아동학부처럼 학문 간 관련이 없는 학과가 한 모집단위로 묶여있다는 점이 주로 지적됐다.

또 학생들이 광역모집에 가장 불만족하고 있는 단대는 사범대로 나타났다. 사범대의 경우 62.1%의 학생이 광역모집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해 35.0%~38.2%의 학생이 광역모집에 불만족 한다고 응답한 타 단대에 비해 확연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정지혜씨(영어교육과?8)는 “사범대생 중에는 교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 만큼 전공진입이 장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전공진입이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학점만을 기준으로 전공을 배정하는 광역모집에 대해 불만족하는 학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에 시행된 설문조사에서도 사범대 학생들은 72.6%가 광역모집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해 인문겭英툈사범대 학생들 중 가장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광역모집이 미친 영향들=모집단위 광역화가 학생사회에 끼친 영향 중 하나는 바로 소속감 문제다. 설문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 51.8%의 학생이 학과보다 반에 더 소속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2006년 46.8%의 학생이 반에 더 소속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것보다 5% 증가한 수치다. 학과에 더 소속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 학생 중 17.3%에 불과했다. 한세온씨(경제학부?8)는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반에 소속돼 다양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전공진입 후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며 “학과 내에서 팀 프로젝트 등을 진행할 때 소통이 어려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 역시 △학과에 대한 소속감 △선곂캣?간의 교류 △학과 교수와 학생 간의 교류 변화를 묻는 문항에 각각 87.3%, 79.4%, 75.5%의 비율로 ‘낮아졌다’고 응답했다.

한편 전공진입 문제에 관해서는 학생과 교수의 의견이 엇갈렸다. ‘모집단위 광역화로 인해 학과제에 비해 적성에 맞는 전공진입이 어느 정도 용이해졌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학생들의 경우 ‘비슷하다(46.4%)’는 의견이 가장 많았지만 교수들은 ‘더 어려워졌다(46.1%)’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또 전공진입시 학과당 인원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도 교수는 가장 많은 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31.4%)’고 답했으나 학생들은 ‘현재보다는 완화해야 한다(42.7%)’는 의견이 많았다. 서이종 교수(사회학과)는 “학생들은 사회적 추세에 따라 특정 학과에 진입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원 제한을 완화하라는 의견이 많을 것”이라며 “교수의 경우 학문의 다양성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수준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모집단위 광역화 이후 재정, 학사운영, 행정 등의 대학구조가 ‘비효율화됐다’는 의견이 전체 교수 중 53.9%에 달했다. 김명환 교무처장은 “전공미진입생의 경우 과단위가 아닌 단대차원에서 관리돼 학생과 대학 모두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며 “광역모집이 교육적으로는 좋은 취지로 도입됐더라도 행정적인 비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46.1%의 교수가 모집단위 광역화 이후 학과 간 경쟁이 ‘약간 심화됐다’고 응답했으며 전체 교수 중 72.5%가 ‘타 학과와의 학문적 교류가 어떻게 변화했는가’에 대해 ‘비슷하다’고 응답했다. 최명옥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인문계열1의 경우 언어라는 공통점 외에 연관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 학부로 만들어 광역화를 시행했다”며 “교류도 없고 그로 인해 제2외국어 학과에서 전공교육이 제대로 안되는 등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모집단위 광역화 이후 전공수업 시 교수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고학년 전공생들의 기초적인 전공소양이 부족하고(45.1%) △학생들의 학과 소속감이 부족해 토론이나 팀프로젝트 등이 활발히 진행되지 못한다는 점 등(22.5%)이 지적됐다. 이종묵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전공진입이 늦어지면서 학생들이 전공진입 이전에 전공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데다 진입한 이후에 전공교육을 받을 기간 역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학제는 과연 무엇?=그렇다면 현 광역모집의 대안으로 가장 바람직한 학제는 무엇일까. 전체 교수의 72.5%, 전체 학생의 51.3%가 ‘학과별 모집으로의 회귀’를 주장했다. 그 근거로는 △광역모집이 비자발적으로 도입돼 정통성이 없고 △학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굳어져 광역모집이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우며 △학문 후속세대 육성 가능성 감소, 학생들의 전공소양 수준 저하, 학과에 대한 소속감 저하 등 광역모집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모집단위 광역화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교수 중에서는 13.7%, 학생의 경우에는 37.1%에 머물렀다. 이들은 그 근거로 △광역모집 체제에서 사회적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수요자의 자율적 선택권을 보장하기가 더 용이하며 △학과제로 돌아가도 광역모집의 여러 부작용이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미학과의 한 교수는 “어떤 제도든 단점과 그 단점을 치유할 수 있는 자기치유력을 갖기 마련”이라며 “즉시 제도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논의는 활발히 하되 2~3년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현 모집단위에 대한 보완책으로 교수들은 주로 학제변화를 선호한 반면 학생들은 전공진입과 관련된 제도개선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교수의 경우 가장 많은 수가 ‘광역모집 단위의 재설정(21.6%)’을 선택했으며 △학부-전문대학원 체제를 확립하는 것(13.7%)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전공 선택 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33.1%)’하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이외에도 △학문 간 협동과정과 개방된 커리큘럼 설정(21.3%) △전공설명회, 멘토링 등 학생들이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지원책 마련(21.1%) 등이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광역모집 유지나 학과제로의 전환 여부를 대학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학문 분야의 특성을 고려해 단대, 학과별로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광역모집 단위의 확대, 전공탐색 기간 확대, 부전공 및 복수전공 제한 완화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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