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진입 경쟁과 전탐과목 부실로 불만족 높아 실질적인 전공탐색 가능한지 우려도 나와

지난 2002년 모집단위 광역화로 전공진입제도가 시행된 이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미흡한 전공탐색 프로그램 등 전공진입을 둘러싼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공진입 경쟁으로 삭막해지는 학생사회=서울대에서 전공진입이 있는 단대는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공대, 농생대, 미대, 사범대, 생활대, 음대 등이다. 그런데 인기학과로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학생들간의 학점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추진아씨(외국어교육계열?9)는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채 1학년 때부터 학점관리에만 신경을 써 마치 고등학교의 연장선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설문 결과 학생들은 광역화의 가장 큰 단점으로 ‘전공진입 경쟁을 하면서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24.2%)를 꼽았다.

더욱이 전공진입이 학점으로 결정되는 상황에서 전공탐색 기간의 전공교육이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난도 교수(소비자아동학부)는 “전공 진입을 대비해 1학년 때 소위 학점이 잘 나오는 수업 중심으로 수강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쟁이 심할 수 있는 전공탐색 강의나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학점을 주는 전공 및 교양 강의는 선호도가 낮다”고 말했다.

또 ‘전공진입 시 학과를 배정하는 기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과반수의 학생들(68%)이 ‘전공진입 시 성적 외에도 수학계획서, 보고서, 관련 과목의 수강여부, 면접결과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치학과의 한 학생은 “정작 전공진입 이후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학점이 적성을 말해주지 않으므로 면접과 전체 수강학점 등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탐과목, 문제없나요?=전공탐색 기간 동안 학생들이 전공탐색을 위해 가장 많이 한 활동은 ‘전공탐색과목 수강을 통한 전공탐색’(35.55%)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전공탐색과목(전탐과목)이 학생들의 전공진입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데 비해 이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낮다는 데 있다. 설문결과 학생들은 평균 2.35개의 전탐과목을 수강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에 ‘만족한다’는 의견은 전체 중 22.7%에 그쳤다.

한편 전탐수업에 불만족하는 이유로 전체학생 중 가장 많은 34.81%가‘전탐과목의 교과과정이 각 전공을 소개한다는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34.81%)’고 지적했다. 이밖에 전탐과목의 문제점으로는 △학생들의 쏠림현상으로 인한 강의의 효율성 저하 △전탐과목 수업에 대한 교수자의 준비 부족 등이 있었다. 경제학부의 한 학생은 “전공탐색과목이 학문 본연의 취지를 상실한 채 희망학과 전공진입을 위한 수단적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어불문학과의 한 교수 역시 “현재의 전탐과목은 교양과목의 성격이 강해 전공탐색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며 “전탐과목의 성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래 취지는 어디로?=이와 함께 ‘다양한 전공을 탐색한 후 전공을 선택하게 한다’는 광역화의 취지가 유효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류종목 교수(중어중문학과)는 “우리나라의 경우 적성보다 취업전망이나 주변인의 영향을 받아 처음부터 전공을 정하고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광역화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명옥 교수(국어국문학과)는 “현 상황에서는 입학할 때 전공을 결정하고 한 학기 정도 후에 세부전공을 선택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며 “전공탐색은 입학 전 각 고등학교에 개별적으로 홍보자료를 배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모집단위 광역화가 원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학과 설명회, 멘토링, 진로지원센터의 지원 등 다양한 학과 탐색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일부 학과에서는 학과 설명회를 개최하고 대학생활문화원에서 적성탐색검사를 제공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설문결과 전공진입을 위해 학교가 해야 할 일로 가장 많은 학생들이 ‘적성을 찾기 위한 다양한 체험 기회 제공(28.2%)’을 꼽았으며 ‘제언’란에서도 멘토링, 상담 등 전공탐색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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