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관악초청강연에 이수만씨가 연사로 초청돼 여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연사란 해당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안목, 통찰력을 지닌, 사회의 존경과 주목을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수만씨는 기획자로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많은 성취를 이뤘다. 그는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했고 한류를 주도해 문화산업의 외연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점만으로도 이수만씨는 ‘문화산업에 대한 글로벌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서울대를 대표하는 ‘관악초청강연’인 만큼 인물 초청에 대한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는 관악초청강연의 의미가 단순히 ‘문화산업’이라는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강연자가 살아온 삶의 철학과 생의 메시지를 듣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덕성을 문제로 연사의 자격 기준을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수만씨는 분명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업가지만 이것이 ‘문화산업에 대한 글로벌 전략’의 주제로 강연할 자격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이번 이수만씨의 초청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건전한 비판을 하지 못했다. 무결점을 중요시한다고 해서 강연의 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관악초청강연은 학교에서 주최하고 있지만 강연에 참여하는 자유는 학생들에게 주어져 있다. 의무수강이 아닌 만큼 연사의 전문성, 도덕성 등 어떤 부정적인 요소가 발견됐다면 그 강연에 참석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서 강연에 모인 학우들의 숫자로 그 강연의 흥행이 결정되고 평가가 내려진다. 또한 그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이 강연의 내용을 수용하는 과정에서도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즉 학생들은 연사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적절하게 정제해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부분을 수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학생들의 자유다.

이번 강연의 경우 내용은 물론이고 자신이 흥미를 가진 분야에 대해 지속적인 열정을 쏟는 연사의 모습은 충분히 수용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본다. 도덕성은 훌륭한 강연자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겠으나 강연을 평가할 결정적인 기준은 되지 못한다.

신문수
식물생산과학부·04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