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경쟁력 강화, 구호뿐… 지지책 부실해

▲ 개방의 시작
식량 소비 패턴이 변화하기 시작한 70년대부터 정부의 농업 정책도 달라졌다. 농업보호 정책에서 비교우위 산업 육성 정책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때는 수입을 통해 가격을 낮춰 물가를 안정시킨 반면, 가격이 폭락할 때는 방치해 농가의 피해가 컸다. 80년대에 미국 등의 통상 압력이 강해지면서 농업 분야에도 개방 협상이 시작돼 91년에 이미 농산물 수입자유화율이 88.5%에 달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 본격적 개방과 대응
92년 대선 유세에서 김영삼 당시 후보는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쌀 개방은 막겠다”고 공약했으나 93년 12월, UR협상이 타결되면서 쌀 시장의 단계적 개방이 시작됐다. 쌀은 10년간 관세화가 유예됐으나 돼지고기, 닭고기, 양파 등은 97년부터, 쇠고기는 2001년부터 완전 개방하기로 했다.


정부는 협상이 타결된 다음 해 ‘농어촌특별세법’을 공포, 10년간 매년 1조 5천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기반 시설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으나 그 효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해 기대했던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는 특히 농업협동조합(농협)이 산지유통 등의 경제사업보다 신용사업에만 치중하는 등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영수 정책부장은 “경제사업은 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농협 직원들의 인식이 문제”라며 “신용사업의 이윤을 경제사업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4년 개정된 '농ㆍ축ㆍ수ㆍ임협업법'이와 같은 비판을 고려,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으나 농협 내부의 반발 등으로 그다지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


▲ IMF와 농가부채
 90년대 초부터 꾸준히 이루어져 온 농업기계화 등 시스템의 개혁이 90년대 중반들어 차차 성과를 보이고, 정부 보조금 정책이 안정적으로 시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닥쳐오면서 영농자재의 가격 인상 등 생산비 상승과 수요 위축에 따른 농산물 가격 하락의 이중고를 겪게돼 농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농림부의 「96년 농가경제조사결과」에 따르면 농가의 가구당 평균부채는 1천1백73만4천원으로 90년의 가구당 4백73만4천원에 비해 2.5배나 늘어났다. 특히 이 시기 농가부채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는 안정적 소득원 부재 등 농민경제의 고질적 문제 외에도 1992~1993년의 정부 차입금을 상환할 시기에 농가 소득이 급격히 감소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의 한민수 대리는 “농가부채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안정적 소득원 보장과 경영 안정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영 안정 시스템이란 농작물재해보험, 농협경제 등과 같은 소극적 대비에서부터 가격폭락 등의 위험요소 발생시 회생 가능성 있는 농가가 망하지 않게 대비하는 적극적 지원책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 농산물 개방 가속화
 2001년 제4차 WTO각료회의에서 DDA (Doha Development Agenda)가 출범해 추가적인 농산물 무역 자유화를 위한 협상이 다시 시작됐다. 이때 ‘시장지향적인 무역 체제 수립’이라는 농업 협상의 기본 방향이 확정됐다.


UR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는 2004년까지 관세와 보조금을 매년 감축해야 한다. 추곡수매제와 같은 농산물 가격지지정책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정부는 2001년부터 ‘논농업 직접지불제’(직불제)를 시행했다. 직불제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의 의미로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캐나다 농가 소득의 40%는 직불제에 의한 것이며 스위스는 농가의 82%가 직불제의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은 직불제의 일환으로 시장가격과 목표가격의 부족분을 ‘차액보상제도’라는 이름으로 메워 주기 위해  1973년부터 한해 100억 달러(약 11조원)이상을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은 쌀 가격 하락분의 80%를 정부가 보상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직불제는 1ha당 보상금액이 연간 20만원에 불과한데다 농가당 보상한도도 2ha로 정해져 있어 실질적 소득보전 가능성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 FTA, 그리고
개방이 확대되는 가운데 올해 4월1일부터 한-칠레 간 FTA(Free Trade Agreement)가 발효된다. 한-칠레 FTA로 특히 과수농가의 큰 피해가 우려되나 전문가들은 “FTA는 무제한 개방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


WTO의 관세화에 대한 한시적 예외조치 시한이 올 12월 31일로 만료돼 올해 쌀 재협상이 시작된다. 이번 FTA 체결로 농업부문 개도국 지위 유지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 쌀 시장 개방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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