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무죄 선고에도
'공익'에 대한 논란 여전해
진실이 아니면 말할 수 없는
음울한 사회 돼선 안돼

이준웅 교수
언론정보학과
미네르바가 무죄란다. 누가  미네르바인지, 왜 그 법석인지, 인터넷에서 거짓말하면 죄가 되는지 등을 둘러싸고 난리를 치던 지난 몇 달간을 생각해 보면 이젠  조용해진 느낌이다.

미네르바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죄로 기소됐다. 그가 쓴 것으로 알려진 많은 인터넷 게시글 중에서 검찰이 문제 삼은 글은 단 2개다. 정말 미운 글들은 따로 있었을 텐데. 아마도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경우에 해당하는 글을 엄선하다 보니 그랬나 보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작년 7월 환전업무 중단을 주장하는 글과 12월에 정부가 금융기관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명했다는 글을 문제 삼았다.

법원은 미네르바가 공익을 해할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그 판단 근거가 흥미롭다. 첫째, 미네르바가 게시글 내용이 전적으로 허위라고 인식하면서 게재하지 않았고, 둘째, 게시할 때 고의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결국 허위 사실을 유포하더라도 허위임을 전적으로 믿지 않고 허위 내용을 고의적으로 활용할 의도가 없다면 ‘공익을 해할 목적이 아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 참신하다. 법원은 ‘공익’의 내용 범위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해할 목적’의 타당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법이 금지하는 바가 내용적으로 모호해서 자의적으로 해석 가능하면 위험하다. 왜냐하면 명확하지 않은 법을 이용해 통치자가 시민의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2년 온라인상에서 ‘공공의 안녕이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을 통신하는 행위’를 위법으로 삼는 전기통신사업법 53조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누가 무엇을 근거로 공공의 안녕과 미풍양속을 규정할 수 있을까? 이렇게 불명확한 조항에 근거해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기는 일이며 따라서 위헌이 된다.

그런데 이번 미네르바 판결에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하면 위법’이라는 전제가 살아있다. 이 전제가 남아 있는 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도대체 공익이란 무엇인가? 목적의 의도성은 어떻게 확인되나? 그리고 결과적으로 허위인 의견이라면 역시 처벌받아야 하는가? 미네르바 사건, 아니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우리는 ‘함부로 거짓말하면 잡혀 간다’는 전제를 너무 쉽게 인정하는 것 같다. 물론 거짓말을 해서 타인의 재산을 침해하든지, 명예를 훼손하든지, 공동체를 위기에 빠뜨리면 처벌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처벌이 필요한 이유는 거짓으로 인한 구체적 침해 사실이 확인되기 때문이지, 모호한 공익을 해할 의도와 거짓말이 결합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혼내주기로 작심하고 세상을 보면, 세상에는 처벌 받아야 할 사람이 갑자기 많아진다. 또한 그런 처벌에 대해 억울하다고 울부짖을 사람이 많아진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진실이 아니면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즉 조용하지만 음울한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회를 좋은 사회라 할 수 있을까. 자유보다 통제가 이해하기 쉽고, 관용보다 억압이 편리하고, 불편한 자보다 억울한 자가 많은 사회를 좋다고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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