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이만난사람] 인간배아복제 성공한 황우석교수

▲이번에 성공한 인간배아복제 실험의 내용은 무엇인가? 
사람의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해 인체의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될 수 있는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거기에 환자의 체세포를 이식, 화학물질과 전기로 자극을 가해 세포 융합을 유도한 뒤 배아 줄기세포를 얻기 위한 필수 단계인 배반포기(64세포기 이상)까지 발육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영장류의 경우 난자의 중심체가 복제된 배아에서는 취약해져 융합세포가 8세포기를 넘기지 못해 배아줄기세포를 얻어내는 데 계속 실패했다. 

▲이번 연구가 기존 학계의 통념을 깨고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는 기술과 화학물질을 통한 세포융합, 그리고 배아 줄기세포를 키우는 배양액이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다. 사람의 난자는 축구공처럼 탄탄한 동물의 난자와는 달리 겉표면이 마치 본드를 칠해놓은 것처럼 찐득하다. 또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터지기 때문에 다루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점성을 경감시키기 위해 효소처리를 하면 복제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배아복제에서는 난자에 상해가 가지 않고 핵을 제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난자 표면에 작은 구멍을 뚫고 살짝 눌러 핵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Magic Hand’가 아니냐며 놀라워한 부분이다. 그리고 세포융합을 유도하기 위해 화학물질의 투입하는 과정은 ‘언제 넣느냐’가 관건인데, 이 역시 수도 없는 시행착오를 거쳐서야 성공 시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또 융합한 세포를 배아 줄기세포를 얻기 위한 필수 단계인 배반포기까지 발육시킬 수 있는 배양액의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이 세 가지 기술 모두 특허를 냈다. 

▲이번 실험은 여자의 체세포와 난자의 결합이었다. 특별히 여자의 체세포와 난자를 결합한 이유가 있나? 
남자의 체세포와 난자를 결합시킬 경우, 이 둘은 이질적이기 때문에 의도한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분명  XY염색체와 난자 사이에는 XX염색체와 난자 사이에 없는 장애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추가적인 실험과 연구를 계속해 한계를 극복할 것이다. 

▲임상적용은 적어도 10년 쯤 후에나 가능하다고 했는데, 어떤 후속 연구가 필요한가? 
배아줄기세포를 환자의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연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첫째는 배아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필요한 조직으로 분화시키는 기술, 둘째는 치료용 배아 줄기세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수적으로 배가시키는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검증이란 이 기술이 확실히 환자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검증, 그리고 치료에 적용했을 때 부작용 없이 안전하다는  검증이다. 이 세 가지 연구가 이뤄지면 이번 연구 성과를 실제 환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쯤 지나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아직은 먼 얘기지만 장기적으로는 난자 없이 배아 줄기세포를 얻는 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다.

▲이번 실험은 기존의 배아복제가 불임치료 후 남은 수정란을 사용한 것과 달리 난자를 사용했는데도 생명윤리에 대한 논란이 많다. 생명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디서부터 생명이냐에 관한 것에는 매우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하는 순간부터, 혹은 수정 후 14일이 지나 원시선이 마련되는 때부터, 혹은 수정란이 착상된 이후부터, 혹은 출산 후 등 많은 주장이 있는데 어떤 것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내가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생명의 가능성이 잠재돼 있는 것이라면 존중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배아복제기술을 이용해 난치병을 치료하는 것에 대해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구하는 희망의 기술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생명을 위해 또 다른 생명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오늘 아침 한 남자로부터 메일이 왔다. 그 사람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척수를 다쳐 혼자 움직이지도, 먹지도 못한다고 했다.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이 겪을 고통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 사람은 절망 속에서 죽을 생각만 하다 이번 연구의 성과를 보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통해 버려지는 난자로 이 사람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삶을 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난자 역시 생명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다만 과학자로서 연구할 수 있을 뿐, 윤리적 문제를 둘러 싼 논란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배아복제 실험을 계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연구를 격려하고 있음에도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려는 것이다. 

▲수의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학창시절이 궁금하다. 
어린시절부터 소에 관심이 많았다. 거짓 없고 착한 눈을 가지고 태어나 죽을 때까지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소를 보며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중·고등학교 때도 소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나의 연구는 본래 소에 관한 것이었으며, 지금의 성과는 그 연구가 계속 확장된 것이다.


▲고등학교 때 1,2,3지망을 모두 수의학과로 썼다고 들었다. 서울대 공대를 수석으로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 하고, 많은 학생들이 의대로 편입한다고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갈등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가 입학할 당시 수의학과는 하위 몇 개 학과 중 하나였다. 그러나 나는 기꺼이 이 학문을 선택했고, 25년 동안 소위 소외학문이라 불리는 수의학을 하면서 나는 어떤 불만이나 아쉬움을 가져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학문을 하게 해 준 이 사회와 국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돈과 명예만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지 않고 정말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후학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창의성과 성실성, 그리고 애국심을 가지고 세계 일류를 향해 나아갔으면 한다. 이 기회를 통해 특별히 서울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민족과 국가, 더 나아가 인류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라는 것이다. 전 세계 인류에 기여하는 인재들이 되길 바란다.

<용어정리>

▲배아: 임신 2개월까지의 초기 생명체를  일컫는 말.
▲줄기세포: 심장, 뼈, 근육 등 특정한 기능을 가진 세포. 자라기 전단계의 세포로 인체 조직의 어떤 부분으로도 분화 가능하다.
▲중심체: 동물 및 하등식물의 세포질 안에서 핵 가까이 위치하는 작은 기관으로, 세포가 분열할 때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원시선: 수정란이 수정 14일 후 배아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나타나는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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