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12일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개탄스러운 심정과 참담한 마음을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정파적 이익에 눈이 멀어 희극과도 같은 비극을 자행한 거대 야당의 정치 행태에 분노하며 우리 사회의 앞날을 진심으로 염려한다.   

 

탄핵 직후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전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탄핵결의에 반대하고 있다. 다수의 법률가들도 대통령의 잘못이 탄핵에 해당될 정도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비록 형식적으로는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권한에 기초한 정치행위였다 하더라도 이것이 국가미래를 담보한 위험한 도박이며 다수의석에 의한 권력남용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번 탄핵은 부패에 무감각한 윤리적 타락, 미약한 개혁의지 등으로 국민의 불신을 받아온 임기 말의 정치세력이 던진 일종의 승부수지만 그들이 던진 화살은 이제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그들에게 되돌아갈 것이다.   

당장 탄핵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총리의 권한대행체제로 일상적 관리는 이루어지겠지만 정작 중요한 정책의 추진에는 어려움이 예상되고 견제와 균형, 건강한 비판과 대화를 존립근거로 하는 민주적 정치과정이 위축될 것도 우려된다. 또한 우리 사회내의 이념적 갈등과 대립이 심각한 국민분열이나 사회불안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가뜩이나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우리 사회를 예상하지 못한 위기국면으로 이끌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에 대한 감정적 비난에 머무르지 않고 건강한 긴장감과 책임의식을 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탄핵 이후 전개될 미증유의 상황과 예기치 않은 문제들에 사회구성원들이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한국의 사회와 시장은 정치적 혼란을 감당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믿고 지나친 불안감에 휩쓸리지 않아야 할 것이며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앞으로 진행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헌법적 절차에 기초한 민주주의 원리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분노와 좌절감으로 인한 정서적 격앙과 감정적 격분에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지배당하지 않도록 차가운 성찰과 자기통제력을 유지하는 일이 긴요하다. 정당한 분노와 비판의식을 견지하되 감정의 정치에 빠지지 않고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을 회생시키고 강화하는 동력이 되도록 신중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동시에 앞으로 있을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탄핵을 주도한 정치세력들은 분명 총선을 염두에 두고 이런 무리수를 두었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총선은 그들의 잔치가 아니라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될 것이며 탄핵정국으로 인해 유린된 의회민주주의가 새로운 모습으로 소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참담한 심정과 들끓는 분노를 이성적인 자기성찰과  민주적 참여로 전환시킴으로써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키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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