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셔크, 「Blue Group」, 2006, 동·색연필, 25.4x18x30.5cm
사진: 서울대 미술관 MoA 제공
강연미, 「받기…보내기」, 2009, 24k금부·나무 6x5.5x2.5cm
사진: 서울대 미술관 MoA 제공

















장신구는 오랜 기간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욕망에 봉사해왔다. 특히 금·은·구리 등 금속재료는 광택이 나고 가공이 쉬워 일찍이 장신구 재료로 널리 쓰였다. 이미 B.C 5천년 경 이집트에서는 빗과 머리핀이 금속재료로 만들어졌고 그 이후 동·서양 구분할 것 없이 금속 장신구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속재료의 가공기술은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리고 이제 그 진화의 끝에서 금속 장신구는 인간을 등지고 독립적으로 아름다움을 뽐낼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오는 3일(수)부터 20일까지 서울대 미술관 MoA에서 열리는 「말하는 손-현대금속공예의 세계」전의 금속공예 작품은 아름다움을 부가시키는 기능적 장신구를 넘어 예술적 감동을 전한다. 이번 전시는 해외작가 18명, 서울금공예회 소속 작가 70여명이 참여해 장신구, 실용기물, 조각품 등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강연미씨의 작품 「받기...보내기」이다. 「받기...보내기」는 금,  은, 나무판자가 어우러져 한 편의 서커스 풍경을 담은 브로치 작품이다. 이 풍경 안에는 은 소재의 환조로 표현된 사람이 눈을 지그시 감고 한 손으로 원반 고리를 내밀고 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왼편 나무판자에는 곱게 옻칠 된 손이 고리를 건네 받으려 삐죽이 손을 내밀고 있다. 이는 눈을 꼭 감고 한치 앞도 모른 채 ‘삶’이란 원반 고리를 운명의 손아귀에 건네고 마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 삶의 모습은 늘 어떻게 될지 모르는 한 편의 서커스와 같다. 헬렌셔크의 「Blue Group」도 눈에 띈다. 「Blue Group」은 동으로 만든 꽃을 젯소(초벌제)와 색연필로 채색해 생명력 넘치는 푸른 꽃을 형상화했다. 작가는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은 푸른 꽃을 통해 삶에 대한 의지로 충만해 있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 두 작품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작가 개인의 감성이 더해져 장신구의 기능에 중점을 뒀던 이전 금속공예와의 차별성을 잘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장신구 공예사의 한 획을 그은 피터 스쿠빅도 참여했다. 장신구의 착용성과 가시성에 대한 회의를 느꼈던 그는 1975년 작은 귀금속 판을 왼쪽 팔 밑에 이식하고 7년 뒤 다시 빼내 반지로 제작해 장신구가 ‘외면적’ 장식 도구에 국한된다는 일반적 사고의 틀을 깬 바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영희 큐레이터는 “현대 금속공예작가들은 장신구의 정의와 한계를 끊임없이 묻는 개념적인 작업을 작품에 반영하고자 시도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공예성과 예술성의 공존에 대한 현대 금속 공예가들의 고민과 공예의 조형예술화에 대한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5일 오후 2시에는 세계적 공예 저술가이자 작가인 브루스 메트케프, 루돌프 붓의 초청강의를 들을 수 있는 학술세미나가 열린다. 현대인의 삶에서 공예가 가지는 의미와 공예의 세계적, 한국적 동향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싶다면 세미나를 참석해 보길 바란다. <문의: 880-9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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