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내고 문화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작년 2월 27일 도서정가제가 실행됐다. 그러나 법안의 효용에 대해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 출판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 여전히 입장차가 존재한다. 도서정가제 도입 1년을 돌아보고, 도서정가제의 역할과 문제점을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도서정가제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도서정가제가 그 도입 취지를 살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먼저 도서가격의 안정화에 대해서 온ㆍ오프라인 서점이 견해를 달리한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조유식 대표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인터넷 서점 시장이 10~20% 정도 축소됐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더 이상 할인을 하지 않자 일부 고객이 발길을 돌려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정가에서 10%이상 할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할인율이 낮아져 매출은 줄었어도 소득은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오프라인 서점 관련자들은 온라인 서점이 여전히 불공정한 경쟁을 야기시키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법 자체의 허점으로 인해 도서정가제가 효과는 커녕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를 살펴보면 인터넷 판매에만 적용하는 10% 이상 할인 제한 조치에 마일리지 제도나 경품 제공 등에 대한 규제가 없다. 그래서 중소서점 운영자들은 온라인 서점이 10% 할인과 함께 마일리지 적립과 경품 제공 등을 통해 실제로는 30~40%를 할인해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프라인 서점, 법 실효성에 의문 제기

서울시 강동구에서 「현대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재순씨는 “온라인 서점에서 법이 규정한 것 이외의 할인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제재가 필요하다”며 도서정가제가 보완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이창연 회장은 이 부분에 대해 “마일리지, 경품 제공 등 유사할인에 대한 규제를 비롯, 몇몇 허술한 부분을 보완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프라인 서점이라도 교보문고나 반디앤루디스 등 대형서점은 중소서점과는 또 다른 입장을 취한다. 교보문고 고객지원팀의 박선영씨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큰 변화는 없었다”고 말한다. 넓은 매장에 수많은 도서를 구비하는 등 서비스면에서 경쟁력을 지닌 이들 서점은 처음부터 정가를 지켜 책을 판매해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오프라인 서점 중에서도 중소서점이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한편 인터넷 서점은 새로운 경영 문화를 창출해 위기가 될 뻔한 도서정가제를 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

온라인 서점, 새로운 경영문화 창출

도서정가제 도입 이전까지 인터넷 서점의 주된 고객 유치 요인은 ‘책값 할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서정가제를 도입, 인터넷 서점의 할인이 정가의 10% 이내로 제한됨에 따라 인터넷 서점은 가격 할인이 아닌 다른 생존전략을 찾아야했다. ‘예스24’나 ‘교보인터넷서적’,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 관련업자들의 말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인터넷 서점은 검색엔진 강화, 블로그 제공 등 서비스의 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도서정가제의 도입으로 가격 할인만 내세우던 인터넷 서점이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마케팅 팀장 주세훈씨는 “인터넷 서점 역시 지식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서점이 문화의 실핏줄 역할을 한다면, 온라인 서점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온라인 서점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했던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온라인 서점을 도서할인매장에서 ‘독자를 위한 서점’으로 성숙시킨 것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나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출판계에서는 도서정가제가 완전히 정착돼야 함을 주장하고 있으며, 온라인 서점에서는 도서정가제가 한시법이라는 전제 하에 현재의 상황을 수용하고 있다. 영풍문고 영업관리팀 송희수씨는 “일단 법 시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온․오프라인 서점과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얻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서정가제의 유지 혹은 폐지에 관해서는 출판ㆍ서점업계간의 입장차이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논의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에서 핵심이 돼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 독자를 위한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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