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연극 「악!! 악몽」 리뷰

깊은 밤, 전화벨이 울린다. 정체 모를 여인이 흐느끼는 소리. 섬뜩한 마음에 전화를 끊는다. 다시 울리는 벨소리에 배터리를 분리시키지만 벨소리는 멈추지 않고, 집어든 휴대폰 너머 들리는 소름끼치는 목소리 “너 때문에 내가 집에 못 들어가…. 죽여버리겠어….” 순간 쫙 돋는 소름.

옴니버스 형식의 공포 연극「악!! 악몽」은 악몽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외딴 집에 갇혀 죽은 여자의 혼령에 시달리는 남자의 악몽, 자신의 주검을 닦는 사자의 악몽 이야기다. 비명과 악몽. 「악!! 악몽」은 익숙한 이 두 단어를 연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으로 잘 살려냈다. 청각, 촉각, 시각을 자극하는 공포는 연극 내내 관객을 따라다닌다. 여기저기서 쿵쾅거리는 발소리, 여성의 비명소리가 어두컴컴한 극장 안을 울리고 여기저기를 스쳐 지나가는 낯선 움직임은 관객들을 소름끼치게한다. 핏빛 붉은 조명도 극장의 스산함을 더한다.

첫 번째 악몽은 산 자의 끝나지 않는 공포를 보여준다. 산 속에서 길을 잃은 젊은이가 찾은 외딴 집. 수상한 가족과의 만남, 그리고 그곳에서의 하룻밤. 그날 밤 남자는 죽은 그 집 딸의 환영과 대면하고, 그녀가 아버지의 성적 학대를 못 이겨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치부를 들킨 아버지는 젊은이를 죽이려 하지만 오히려 남자의 쇠사슬이 아버지의 목을 조인다. 혼자 남겨진 젊은이의 포옹으로 악몽은 끝을 맺는 듯 하지만 딸의 손에 들려 있는 섬뜩한 칼날은 기어코 젊은이의 가슴팍을 파고든다. 피를 뿜으며 악몽에서 깨는 남자는 아직도 외딴 집 안이다. 서로 죽고 죽이는 핏빛 악몽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끝나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것은 이토록 공포스럽다.

이어지는 두 번째 악몽은 죽음 후의 공포에 대한 이야기다. 유명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주인공은 음산한 시체실에서 주검을 닦고 있다. 이상하게도 시체의 얼굴이 낯익다. 이런, 영안실에 누워있는 시체는 자살한 그녀 자신의 주검이다. 삶이라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택했지만 아득한 악몽은 죽어서도 계속된다. 결국 삶도 죽음도 공포로 가득 차있다는 결론에 도달하며 극은 막을 내린다.

「악!! 악몽」을 연출한 김재환 연출가는 “누구나 한번씩은 악몽을 경험한다. 꿈은 다루기 힘든 소재지만 우리에게 더없이 익숙한 소재이기도 하다”며 “이런 익숙한 소재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악몽을 소개함으로써 ‘사는 것이 공포다’라는 주제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악!! 악몽」은 오는 8월 30일까지 대학로 두레홀 3관에서 상영된다. 「악!! 악몽」은 75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 동안 관객의 오감을 가만두지 않는다. 관객은 극의 시작부터 더위를 잊고 눈 앞에서 펼쳐지는 악몽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극장 안이 추운 것은 비단 에어콘 때문만이 아니다. 무더운 여름, 악몽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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