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워낭소리」와 「똥파리」 돌풍은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예술영화전용관이 증가하고 멀티플렉스들도 예술영화전용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 올해 1월 한국예술영화전용관협회가 출범하는 등 예술영화전용공간은 부흥기를 맞는 듯 보였다. 그러나 「워낭소리」와  「똥파리」의 흥행 돌풍이 지나고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면서 예술영화전용관에는 암담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끊긴 지원, 끊긴 발걸음…

올해 초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독립영화 개봉 지원 사업을 중단함과 동시에 예술전용영화관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운영하던 예술영화전용관 역시 그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예술영화전용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영화사 스폰지하우스는 최근 수익문제로 스폰지 압구정점의 운영을 중단하게 되었다. 영화사 백두대간 역시  예술영화 수입․배급과 극장 운영에서 발생한 적자로 인해 씨네큐브의 운영권을 흥국생명에 넘기게 되었다. 결국 적자에 시달리던 씨네큐브는 흥국생명에게 인수되며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이처럼 독립․예술 영화를 지원해 오던 영진위 측과 기업의 지원 중단으로 인한 예술영화전용관 감소로 독립영화계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예술영화를 재단하는 자본의 잣대

이러한 예술영화전용관의 위기에 대해 전규찬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는 “예술영화전용관의 위기는 독립·예술영화를 자본의 논리로만 바라보게 돼 나타난 문제”라며 “예술전용영화관을 지원해야 하는 영진위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책이 없고 독립·예술전용영화관에 문화적 가치 인식도 부재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한편 영진위 측은 “올해 영진위 전체 사업비가 축소돼 소규모 기획전이나 특별전에 대한 지원금을 없앨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예술영화전용관의 위기는 영진위와 기업의 지원금이 끊겼다는 점 외에도 입장 수익만으로는 극장을 운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기인한다. 영화사 스폰지의 조은운 대표는 “예술영화전용관은 극장 수익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며 예술영화전용관에 비해 환경, 조건이 좋은 멀티플렉스들이 예술영화상영관을 만들면서 점차 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며 “스폰지 압구정점 운영 중단 역시 이에 해당하는 경우”라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백두대간의 마케팅 관계자는 “예술영화전용관들은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하지 못해 영화수입 및 배급, 마케팅의 시스템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나 영진위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예술영화관이 자생적 존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설명했다.

문화 다양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

영진위는 예술영화 지원을 중단하면서 다양성 영화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양성 영화는 그 성격이 모호해 독립영화 가 아닌 상업영화도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에 대해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나영 팀장은 “최근 정부 정책은 당장의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활동에만 치우쳐 영진위가 예술영화에 대한 지원보다는 충무로 영화제와 같은 상업적 활동에만 주력하고 있다”며 “예술영화와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정책이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고민 없이 세워져선 안 되며 다양한 문화적 요구를 인정하고 이를 향유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전규찬 교수는 “예술영화와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문제 역시 예술영화전용관의 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전은운 대표 역시 “과거에 비해 예술영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나 예술영화전용관의 필요성이나 가치에 대한 인식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규찬 교수는 “예술전용상영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대중들의 관심과 예술전용상영관의 문화적 가치 인식을 통해 공간을 지키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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