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공간 부족 문제 심화 우려
학교 방문객 첫인상과 직결돼
학내사고위험, 불편 증가
새로운 주차공간 확보 절실해

김훈호
교육행정전공 박사과정
지난 방학 때로 기억한다. 장마철답게 출근길부터 줄기차게 비가 쏟아졌다. 여느 때처럼 많은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환도로에서 내부 캠퍼스로 접어들던 버스가 멈춰섰다. 순환도로 안쪽 캠퍼스로 들어가려던 승용차 한 대가 게이트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년으로 보이는 운전자는 게이트를 지키고 있는 주차관리 요원과 말씨름을 벌인 끝에 결국 붉게 상기된 얼굴로 차를 돌렸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방학 기간 개최되는 다양한 연수와 학회, 각종 행사 등으로 인해 외부인의 학내 출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순환도로 내부의 주차공간을 차지하는 바람에 교직원들이 주차를 하지 못해 애를 먹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측은 외부 차량의 순환도로 내부 진입을 금지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부 차량들이 회차를 한다 해도 마땅히 주차할 장소가 없다는 점이다. 주차관리 요원들은 순환도로변에 주차하라고 안내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였다. 외부 순환도로는 이미 석사 수료생 이상의 대학원생들이 주차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기숙사와 종합교육단지, 대림국제관 등 여러 시설 공사 인력들의 차량까지 가세하면서 순환도로 주변 주차공간은 이미 만원 사태를 빚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대 `‘캠퍼스 교통 관리 규정`’에는 분명 ‘주차면적에 비해 주차장 이용자 수가 현저히 증가할 경우 차량의 교내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따라서 방학 동안 외부 차량의 순환도로 내 진입을 금지한 조치는 규정상 전혀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외부 차량에도 다른 대안이 제시돼야 했다는 점이다. 서울대를 방문하는 외부 차량은 주차요금을 지불하게 돼 있으며, 대학의 깊은 속사정을 알길 없는 외부인으로서는 자신이 지불하게 될 주차요금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기를 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제시된 대안은 이미 만원 상태에 놓인 순환도로 주변에서 ‘능력껏’ 주차 공간을 찾아 보라는 것에 불과하지 않았나 싶다. 게이트 앞에서 쫓겨나 순환도로 주변을 오가며 빈 자리를 찾아야 했던 외부인들의 눈에 비친 서울대의 모습은 과연 어떠했을까.

그런데 학내의 주차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미 순환도로 내 주차 공간은 외부 차량과 교직원 차량으로 가득 차 있으며, 자리를 잡지 못한 차량들은 점차 순환도로 주변에서 주차공간을 찾아야 했다. 처음부터 순환도로 내 진입이 제한됐던 대학원생 차량들 또한 점차 증가하는 경쟁자들 틈에서 매일 아침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결국 2차선 순환도로변 양쪽에 기다란 주차 장벽이 세워졌고, 시내버스를 비롯한 많은 통행 차량들은 좁아진 도로를 지나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또 비좁은 도로변에서 차에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과 주차된 차량들 사이에서 불쑥 걸어 나오는 보행자의 모습은 사고의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차량을 소유한 학내 구성원의 수뿐만 아니라, 대학을 방문하는 외부 차량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결국 주차공간 부족의 문제는 주차관리 방식의 개선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학내 주차공간의 절대적인 부족에 있다. 새로운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학내 주차공간의 부족과 사고위험, 학내 구성원의 불편함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더욱이 주차행위는 외부인들이 서울대학교를 만나는 첫인사와 비슷하며, 이들이 서울대에 대해 갖게 되는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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