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의 장밋빛 법인화안
진정한 서울대 발전일까
소중한 사회적 가치들
한번 더 고민해 볼 때

고등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만 무성한 가운데 서울대가 패를 던졌다. ‘국립대 법인화’, 시작은 ‘서울대 법인화’다. 지난 2일(수) 관련 법안이 입법 예고되면서 올해 안에 국회에 상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본부가 말하는 법인화는 아름답다. 법인화를 통해 자율적인 대학운영이 가능하고 해외 대학 못지않은 탄탄한 재정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연구 수준이 세계 10위권에 진입하는 발전을 한다.
‘서울대의 발전을 위해 법인화를 해야 한다’는 논리에 반대표를 던질 서울대 구성원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과연 법인화를 하면 서울대가 발전할까. 법인화가 말하는 서울대의 발전이란 무엇인가.

자율적(自律的)인 대학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은 ‘서울대’가 서울대의 주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비단 교과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도 서울대의 주인이 ‘서울대’가 되진 않는다. 서울대의 주인이 서울대 구성원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들’이 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의 자율적인 대학운영은 머나먼 그대다.

최근 대학사회의 민주주의가 입에 오르내리는 수모를 겪고 있다. 시간강사 무더기 해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차단하고 ‘정치색이 짙다’는 이유로 학생자치활동이 제한된다. 학생과 직원 의견이 반영될 통로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서울대의 주인은 ‘우리들’이 아니다. 그러나 법인화에는 아직 ‘우리들’을 보장하는 어떤 암시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뜨거운 교육열은 고등교육을 이야기하는 순간 냉정하게 식는다. ‘2009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은 자율성 존중 차원을 넘어 방치 수준이다. 정부에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살 길을 찾겠다는 발상을 나무랄 순 없다.

그러나 서울대만의 법인화가 아니다. 시작은 ‘서울대 법인화’지만 곧 ‘국립대 법인화’다. 그래서 고등교육에 인색한 정부의 기본 마인드가 변하지 않는 한 이 발상은 더 위험하다. 지원 확대는커녕 법인화 이후 정부가 대학에 야금야금 책임을 떠넘기고 발뺌해도 속수무책이다. 그럴 리 없다고 단언하기엔 지난 10년간의 국고 지원 동결과 현 정부의 기조가 불안하다.

서울대 법인화의 목표는 서울대의 발전이다. 본부는 발전의 구체적인 상으로 ‘교육·연구 수준의 세계 10위권 진입’을 내세웠다. 연구능력 향상과 교육능력 향상은 종합연구대학으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목표다. 줄 세우기 논리에 입각해 순위 경쟁에 연연하는 발상이 서글프다는 말은 제쳐놓아도 법인화가 제시하는 서울대 발전상이 소위 스펙 향상에만 한정된 좁은 시야의 한계를 갖는다는 게 아쉽다.

서울대는 지성의 요람인 대학으로 우리 사회가 지켜나가야 하는 소중한 가치들을 누구보다 앞서 수호할 의무가 있으며 국립대로서 국립대, 더 나아가 한국 대학교육의 발전을 함께 고민해야 할 역할이 있다. 이에 대한 고민이 내재화된 발전일 때 비로소 그 위상에 걸맞은 발전을 이뤘다 할 것이다.

긍정적인 발전을 위한 개혁적인 시도는 중요하고 의미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긍정적인 발전을 위하는지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올해 안에 법인화가 확정되길 희망하기 전에 한국의 대학체계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서울대 법인화가 제시하는 현재의 비전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비전인지, 서울대 구성원 그리고 한국 사회가 동의할 비전을 가진 올바른 방법을 제시했는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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