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

이현군 지음 / 청어람미디어
232쪽 / 1만3천8백원
서울은 그 안에 생각보다 많은 것을 품고 있다. 조선 왕조 이래 600년간 수도 노릇을 한 이곳을 단순히 인구 1천만의 도시 정도로 생각한다면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를 들고 서울을 거닐어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지리교육과 출신의 저자가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서울의 역사 답사 강의를 책으로 온전히 옮겨낸 것이다. 현재 서울대 국토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과 한국 고지도연구학회 이사를 역임하는 그는 역사와 지리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저자는 조선시대 이후의 서울, 즉 한양에 주목한다. 한양 천도 이후 서울이 본격적으로 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으며 사료도 비교적 풍부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답사를 “옛 지도를 보면서 현대 도시를 걷고, 걸으면서 느끼고, 느끼면서 상상하는 것”으로 정의 내리는 저자는 ‘조선의 심장부’인 경복궁에서 발걸음을 뗀다. 여정은 궁궐을 빠져나와 피맛골과 종로를 돌면서 당시 백성의 생활을 살펴보고 서울을 가르는 핏줄 청계천을 따라 인사동과 한옥마을을 거쳐 서울의 도성을 순환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저자는 역사지리 답사를 타임머신 여행에 비유한다. 땅에 남긴 흔적(지리)을 통해 시간(역사)을 탐구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형성 원리와 변화 과정을 저자의 강의에 따라 추적하다 보면 시가지의 형성 원리를 이해하게 되고 역사 상식도 쌓을 수 있다.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역사를 유적지와 관련한 지리적 개념을 적용해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도 이 책의 특장이다.

실제 유적지를 거닐며 강의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책은 부담없이 읽힌다. 답사에서 중요한 것은 ‘장소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는 저자는 유적지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독자에게 세련된 형식으로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책은 풍부한 사료를 제공해 답사서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는다. 한양의 과거를 투영한 「도성삼군문분계지도」, 「한성부지도」 등의 옛 지도 10여점과 등고선 지도를 통해 고지도 읽는 법을 배우고, 현재의 서울을 찍은 사진을 그것과 비교해 서울의 통시적 역사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유적지마다 관련된 역사 상식을 정리한 것은 서울과 유적에 대한 저자의 해박함을 한껏 드러내 준다. 권말에 수록된 ‘사진찍기 좋은 곳’과 ‘현장에서 유용한 답사 안내 요령’은 독자가 역사 답사에 쉽게 다가가기 바라는 저자의 배려다. 여기에 저자의 문제의식은 문화재 보존 문제까지 이어져 최근 시행되는 문화재 복원 사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서울 역사 답사는 과거와 현재로 끝나지 않는다. 서울을 조망하다 보면 역사지리학의 궁극적 목표인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양에서 서울의 미래를 본다’는 저자의 말처럼 역사와 지리를 통합한 지식의 유용성은 오늘날 더욱 깊이 아로새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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