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주의 관련 책 소개]

고대 로마 공화정의 발자취는 르네상스 시대 공화주의자 마키아벨리와 근대 공화주의자들까지 면면히 이어진다. 『퀜틴 스키너의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자유주의 이전의 자유)와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논고)는 각각 ‘소극적 자유’에 대응하는 공화주의적 자유론과 로마의 법률, 제도 등의 사례를 토대로 한 공화정의 모델을 제시한다.

퀜틴 스키너의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
퀜틴 스키너 지음
조승래 옮김
푸른역사 / 223쪽 / 1만3천원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는 자유주의 자유론과 공화주의 자유론의 차이를 분석하며 신자유주의적 자유를 비판한다. 근대의 자유주의 담론을 지배해온 ‘소극적 자유’는 ‘타인의 간섭, 강제, 방해를 받지 않을 자유’다. 자유주의적 자유론은 강압에 의한 간섭을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제약’의 유일한 형식으로 봤다.
반면 스키너는 단지 ‘간섭의 부재’가 곧 자유라고 보지 않는다. 공화주의 자유론자들은 ‘종속 상태’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제약의 형식이며 자유의 안전장치가 약화됨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종속 상태에서의 인민은 “폭군의 분노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공공선을 위한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고 경고한다.

1513~1519년에 쓰인 『논고』는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의 정치가이자 정치이론가인 마키아벨리가 친분이 있던 공화주의자들에게 헌정하며 집필한 결과물이다. 『논고』는 티투스 리비우스의 『로마사』 처음 열 권에 대한 논평에 근거해 로마의 정치·군사적 제도와 대외 정책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로마사 논고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안선재 옮김
한길사 / 592쪽 / 3만원
『논고』를 관통하는 핵심 질문은 ‘무엇이 로마 공화정으로 하여금 위대한 제국을 건설토록 했는가?’이다. 저자는 평민과 원로원을 중재하며 두 세력 간 긴장관계를 유지했던 호민관 제도, 비상시에 효율적 정책 집행을 위한 임시 독재 집정관직, 로마를 참주정의 위험에 빠지게 했던 10인회의 창설 등 로마 공화정을 강성 혹은 혼란케 했던 정치적 시도들을 역사적 사례와 함께 풀어놓는다.

마키아벨리는 당시 공화정이 붕괴하고 에스파냐의 개입에 의해 메디치 왕정으로 복귀한 피렌체의 불안한 정치 상황을 염려했다. 이를 쇄신하고자 그는 『논고』를 통해 고대 로마 공화정의 영광을 재현할 방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그는 “군주가 아닌 인민이 국가를 직접 통제할 때 매우 짧은 시간에 성장할 수 있다”면서 조국 피렌체에서도 군주정이 공화정으로 대체돼야 함을 역설했다.

스키너는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에서 신로마적 ‘자유국가’ 논의의 원천을 마키아벨리의 『논고』의 공화정의 위대함에서 찾는다. 스키너의 저작에서 마키아벨리의 영향력이 곳곳에 미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두 책을 함께 읽을 때 느끼는 또 다른 재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