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보는 세상




△맹인 사진작가가 나뭇잎을 만지거나 물소리를 듣는 등 시각을 제외한 감각을 사용해 대상을 인지하고 촬영하는 모습.


“한 번 누른 셔터에 / 렌즈 속으로 세상이 밀려온다. / 거푸 누른 셔터에 / 손가락 끝으로 사물이 당겨진다.”
김경식씨(49·오른쪽사진·필명:노을)의 시 「마시안 해변의 하루」의 한 구절이다.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김경식씨는 맹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맹인들이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에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러나 상명대 영상미디어연구소가 3년째 여는 시각장애인 사진교실 ‘마음으로 보는 세상’의 참가자들에게는 카메라 렌즈가 마음의 눈과 같다. 이들은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아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세상을 사진에 담아낸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 새롭고 자유로운 이들의 사진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사진전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오는 10월 28일(수)부터 11월 4일까지 대학로 상명대 예술디자인센터 1층에서 열린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일에 도전한 시각장애인들에게 사진 촬영은 사회와 소통하는 계기가 된다. 눈으로 세상을 보는 우리보다 마음으로 더 큰 세상을 보고 있을 시각장애인 사진작가들과 그들이 찍은 사진을 소개한다.

※ 사진교실 참가자 사진은 상명대 영상미디어연구소 제공


김민석씨(22)의 셀프 카메라. 김민석씨는 6세 때 뇌종양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이제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장애를 딛고 삶을 즐겁게 영위하고 있다.


포스터에 비친 권도연씨(28)와 그녀의 사진 도우미 이수진씨(22)의 그림자. 권도연씨는 2살 때 안암으로 시력을 잃어 시각장애 1급인 전맹이 됐다. 끝없는 어둠과 소리뿐인 세상에서 벗어나고자 2년 전 지인의 소개로 상명대 영상미디어연구소의 사진교실에 참가하게 됐고 2년이 흐른 지금도 그녀의 카메라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세상을 담아내기 여념 없다.


나뭇잎을 만지는 권도연씨의 손이 햇빛에 투영된 사진. 시각이 아닌 촉각에 의존해서 나뭇잎의 감촉을 사진에 담아냈기에 보통의 나뭇잎 사진과는 다른 특별한 느낌을 준다.




남산 하늘에 떠있는 인간 조형물을 촬영한 권도연씨의 사진. 프레임 안에 조형물의 머리가 없어 불완전한 사진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조형물의 자유로운 느낌이 색다르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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