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적 대학 구조 개혁하는
법인화의 장점은 인정하지만
교육과 연구의 장이라는
대학의 정체성 간과하면 안돼

이현숙 교수
생명과학부
서울대학교 법인화안이 입법 예고됐다. 이에 따라 대학본부가  추진한 법인화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법인화  자체에 대한 찬반 논쟁까지 재점화되고 있다. 서울대의  법인화는 교수 한명, 직원 한명 자체적으로 뽑지 못하는 현재의 비효율적 대학 운영을 개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세계적 대학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서울대로서는 필요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이쯤에서 서울대가 지향하는 세계적 대학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라면 법인화 반대 논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현재 입법 예고된 법안이 진정 서울대의 미래를 밝힐 초석일지 찬찬히 따져볼 일이다.

입법 예고된 서울대학교법인화법(법인화법) 제1조는 서울대를 설립하고 그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대학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무성을 제고하고 교육 및 연구 역량을 향상시키며, 국가 발전과 인류 공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법인화를 통해 이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 지 따져보자.

본래 서울대가 제출한 안에는 교육 및 연구에 관한 주요 사항을 정관으로 정하도록 돼 있었으나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안에는 이 항이 삭제됐다. 교육과 연구에 관해 일일이 명시하는 게 오히려 자율성을 위축할 수 있어 뺐다고 선의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법인화법의 주인공이 대학의 교육과 연구력의 향상이 아니라 대학 운영의 효율성에만 맞춰져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그렇지 않아도 법인화가 되면 교수들이 성과급과 관련된 연구에만 총력을 기울이지 탈 많은 학부 교양 과목을 맡으려 하겠냐고 학부 교육의 부실화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는 터다.

법안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이사회의 막강한 권한이다. 이사회는 총장, 2인의 부총장, 교과부 차관, 기획재정부 차관, 평의원의 추천을 받은 인사 1인과 기타 학교에 필요한 비전과 식견이 있는 인사로 구성돼 외부 인사가 2분의 1 이상이어야 하며,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기구로서 명실상부 최고 의사 결정기구다. 주목할 점은 애초 서울대에서는 이사회의 구성을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했지만 교과부의 안에서는 ‘승인’을 받도록 한 점이다. 외부 인사들이 이사회에 많이 참여하는 게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어쩌면 대학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사회 구성과 정관의 변경 등 핵심적인 사항들이 보고를 벗어나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지금보다 대학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법인화법은 이사회 외에 평의원회, 학사운영위원회, 재경위원회 등 각 위원회를 두도록 하는데 이들은 각각 대학의 운영, 교육과 연구, 재무 경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심의 기구로서 의결권은 없다. 교육과 연구에 관한 심의 기구인 학사운영위원회는 구체적인 사항을 정관으로 정하게 돼 있을 뿐 현재 법안에는 아무 밑그림이 없다. 법인화가 교육과 연구력을 강화하기 위함인지 효율성만을 추구하자는 것인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총장의 권력은 막강하다. 이사회의 위원장이며 연임이 가능하고 학사운영위원회의 위원장도 겸한다.  ‘선한’ 총장이 재임 시에는  효율적 운영 구조를 바탕으로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반대의 경우라면? 최악의 상황은 그려봐야 하는 법이다.

자유로운 사고가 많을수록 학문이 발전하고  미래의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미래를 디자인하는 법인화 논의도 대학의 자유로움을 보장하는 방향이기를 희망한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현재 구조를 개혁하고 미래 지향적 대학을 위해 법인화가 그 답이라면 법인화가 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입법 예고된 법안은 문제가 많다. 적어도 지금부터 서울대법인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대학의 정체성과 비추어 고민하고 내실 있는 정관을 마련할 수 있기를 강력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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