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라셩 창작 영화제 리뷰얄랴셩 창작 영화제 열려흥미로운 영화 소통법 제시직접 제작한 단편 영화에 담긴소소한 삶의 이야기들

 

영화제에는 ‘감독과의 대화’ 코너도 열렸다. 왼쪽부터 남궁용씨(경영학과·05), 김정훈씨(경영학과·01), 김창훈씨(독어교육과·03).
사진: 성재민 기자 snuloverboy@snu.kr

1960년대 누벨바그를 이끈 프랑스의 영화감독 프랑수와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 둘째, 영화평을 쓰는 것, 셋째, 영화를 만드는 것. 서울대 영화연구회 ‘얄라셩’은 이 모든 방법으로 영화를 사랑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영화로 소통하고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어느덧 30년의 역사를 갖는 얄라셩이 과거에 영화라는 매체 자체를 탐구했다면 최근에는 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영화를 즐기고 이야기할 방법들을 찾고 있다. 그 방법의 하나로 지난 12일(월)에는 ‘얄라셩 창작영화제’가 열렸다. 학관 라운지에서 열린 이번 영화제에서는 동아리 회원들이 직접 촬영한 단편영화 8편을 상영하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중 25분이라는 가장 긴 러닝타임을 가진 김창훈씨(독어교육과·03)의 영화 「FR-AMEd」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삶의 진정한 주체가 ‘나’일 수 있는지를 묻는 영화다. 영화 속 만화가는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만화를 그린다. 공교롭게도 모델로 한 현실의 인물은 만화가가 그리는 대로 행동한다. 이를 알게 된 만화가는 작품의 결말을 위해 캐릭터 즉 실존인물을 죽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자괴감과 고통을 느끼다 결국 주인공을 죽이지 못한 채 작품을 마무리 짓는다. 영화는 만화가와 그에 의해 조종당하는 인물을 통해 현실의 삶 역시 타인의 의해 쉽게 침범당하고 조종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과연 나의 삶이 온전히 ‘나의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남긴다.

한편 김연일씨(심리학과·04)의 「꽁치」는 부원이 세명 밖에 남지 않은 보사노바 동아리의 부활을 위해 애쓰는 이들의 유쾌한 일상을 담아낸 영화다. A4 용지에 찍어낸 포스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이며 ‘꽁치와 고등어 중 무엇이 더 맛있는가’라는 사소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돌돌 만 테이프를 붙였지만 어딘가 허술해 허무하게 떨어져 버린 보사노바 동아리의 홍보 포스터와 같이 영화는 가볍고 소소한 대학생들의 일상을 그려낸다.

학생 단편영화는 지루한 일상의 이야기 혹은 진지한 예술영화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이번 영화제의 상영작들은 「무치」와 같은 코미디에서부터 「behind you」, 「일급수」와 같은 스릴러, 성장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룰 선보였다. 이들의 영화는 대학생, 일상의 삶을 이야기하는데서 오는 공감과 익숙함 그리고 단편영화만의 신선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번 영화제를 기획한 얄라셩의 대표 남궁용씨(경영학과·05)는 “학생들 대부분이 처음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고, 재정적 어려움과 더불어 단편영화라는 틀에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오는 난관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얄라셩의 영화 촬영장은 잦은 NG와 돌발 상황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영화의 짜임새나 만듦새에서 상업영화보다 아쉬운 부분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라는 것이 하나의 흥미로운 의사소통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영화제를 추진하게 됐다”는 남궁용씨의 말처럼 영화를 통해 소통할 영화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과 열정만큼은 여느 대중영화 제작자와 견줘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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