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흘렀다. 지난 2년 동안 문화·예술계는 ‘격랑의 시기’를 겪었다. 문화·예술계에 단행된 코드인사와 국정홍보 등 정권 유지를 위한 정책의 횡행은 진정한 문화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이념논쟁과 코드인사로 얼룩진 문화계

이명박정부 출범 후 문화관광부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 명칭을 변경한 뒤 문화·예술단체공공기관장들을 대상으로 대대적 물갈이를 진행했다. 김철호 국립국악원장,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 안정숙 영화진흥위원장 등 참여 정부 시절부터 문화·예술기관장을 맡고 있던 인사들이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문체부의 정밀 감사를 받아 공금 횡령, 교육 과정 부실 운영 등의 이유로 중징계 조치가 내려져 사퇴했다. 반면 15개 문화·예술 분야 기관장에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정국록 아리랑TV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등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를 지낸 인사들이 대거 임명됐다.

이런 인사 조치는 문화·예술공공기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김제동, 손석희 등 참여정부와 관계가 있었거나 현 정부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해온 방송인 퇴출이 이어졌고 부산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을 기획하던 인사 중 시국선언이나 스크린쿼터제 폐지에 반대했던 이들에 대한 보수언론의 공격과 문체부의 정밀감사가 이뤄졌다. 

문화·예술계 내부 콘텐츠에 대한 퇴출 바람 역시 거셌다. 이병순 KBS 사장은 KBS의 유일한 시사프로그램인 「시사 360」과 「다큐 30분」을 폐지했고 MBC 엄기영 사장 역시 시사프로그램 통폐합 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지난해 3월 유인촌 장관이 취임 직후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발언이 있은 뒤 일어난 일들이다.

문화계 내부에서는 정치색에 따른 정부의 인사기용과 특정인에 대한 감사, 정부 우호적 콘텐츠 변화에 대해 지나친 이념논쟁과 색깔론에 따른 것이란 주장이 일고 있다. 이상길 교수(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는 “현 정부의 인사기용은 문화·예술계에 적합한 인물을 등용하기보다 친정부적이며 우편향적인 인사 등용을 강행한 것”이라 비판했으며 문화연대 전규찬 미디어문화센터소장 역시 “최근 일어난 문화계와 방송계의 퇴출 등은 사실상 정치적 목적의 퇴출”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현 정부는 지난 10년간 문화·예술계가 ‘좌파적’이었다는 의식이 강했는데 광우병 촛불시위 등에 의해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그 결과 문화·예술인의 탄압이 이어지는 것”이라 분석했다. 홍성태 교수(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역시 “방송사들이 앞 다퉈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뉴스편성 시간을 축소하는 것은 정권 눈치 보기와 자기검열이라 볼 수 있다”며 “뉴스나 다큐멘터리, 시사프로의 축소와 폐지는 정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차단하고 문화를 획일화하려는 것”이라 주장했다.

정권수호와 국정홍보책으로 변질된 문화정책

문화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좌지우지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5일 이뤄진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국정홍보처 폐지 이후 문체부에 신설된 홍보지원국에서 올해(9월 말 기준) 집행한 국가주요시책 홍보예산의 30% 이상이 ‘4대강 살리기’와 지난 7월 통과된 언론악법 홍보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또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국정홍보처가 폐지된 이후 문체부에 신설한 홍보지원국이 국정홍보처가 존재했을 당시보다 더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달 23일에 조영택 민주당 의원이 문체부 및 문체부 소관 46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장애인·노동자·기초생활보호대상자 등 소외계층 지원사업 추진실적’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15개 기관 38개 사업비가 약 630억원(2007년)에서 255억원(2008년)으로 축소됐다고 밝혀졌다. 민주주의시민연합의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에만 20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이를 위한 홍보에 문체부의 막대한 예산이 사용되는 것과 달리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지원은 점차 축소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문체부의 편향된 문화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4대강 사업의 홍보 영상이 막대한 예산에 의해 제작되는 데 비해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광고는 라디오를 통해서조차 금지된 실정이다. 지난달 11일 김정욱 교수(환경대학원)가 심의를 신청한 라디오 4대강 사업 반대 광고 역시 KBS의 ‘심의 보류’ 판정을 받아 광고가 나가지 못하게 됐다. 여기에 지난 7월 23일 저작권 침해 여부를 문체부가 판단해 이를 제재하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효됐다. 같은 달 22일 통과된 언론법 역시 신문과 방송에 기업과 정부 권력, 보수 언론의 영향력을 확대시킬 가능성을 내포해 이러한 법 개정들이 정부 비판적 논조의 방송에 대한 억압과 검열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문체부가 국정홍보를 위한 기관인가에 대한 역할 논란과 문화검열을 위한 문화정책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활동가는 “언론법이나 저작권법과 같이 문화·예술에 가장 중요한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막는 법안들은 현 정부의 문화에 대한 전근대적 인식을 보여준다”며 “지난 5월 프랑스에서도 ‘저작권 위반 삼진아웃제’가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위헌 결정을 내렸는데 한국정부는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체부가 국정홍보와 정권 유지를 위한 기구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에 대한 진정한 이해 바탕으로 한 정책 필요해

문체부는 문화정책 기조 발표를 통해 “문화정책이 지향할 가치는 경제, 산업, 경쟁력”이라며 “정부 방침을 뒷받침할 사회, 경제적 가치의 확산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밝힌 바 있다. 현 정부의 문화에 대한 인식을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이 기조에는 지난 참여정부가 지향하던 ‘문화적 자율성, 문화행정의 자율성’은 생략돼 있다. 이동연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는 “문화란 자유에 기반을 두며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정책들은 문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획일화하려는 정책뿐”이라며 “과연 현재 문화정책이 한국문화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처럼 문체부가 과거 문화공보부처럼 ‘국정홍보’ 기능을 떠안게 되면서 문화정책도 함께 퇴행했다는 주장들이 일고 있다. 홍성태 교수는 “대한늬우스,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등 소통 없는 일방적 홍보와 정치적 잣대로 문화의 다양성을 해치는 문화정책들은 결국 문화예술 발전의 저해와 대중적 반감을 불러올 뿐”이라며 “정치논리에 의한 문화정책이 아닌 한국문화의 진정한 발전을 가져 올 문화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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