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언어
프랜시스 S. 콜린스┃
이창신 옮김┃김영사┃324쪽┃1만4천원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는 2006년 『만들어진 신』이라는 또 다른 화제작을 발표했다. 이 책에서 도킨스는 수많은 과학적 논증을 펼치며 신이 ‘만들어졌음’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종교계에서는 도킨스의 주장을 반박하는 『도킨스의 망상: 만들어진 신이 외면한 진리』를 출간했다. 이렇게 우주와 인간의 기원을 둘러싼 과학과 종교의 극한 대립이 여전한 가운데 한 저명 생물학자가 ‘염기서열은 신의 언어’라며 자신이 유신론자임을 커밍아웃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프랜시스 콜린스다.

지난 20일 발간된 『신의 언어』는 불가지론자였던 콜린스가 자신이 어떻게 유신론자가 됐는지를 밝히는 일종의 경위서다. 그러나 콜린스는 이 책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생물학자인 자신이 기독교 신앙으로 귀의한 것을 옹호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바이오로고스’라는 생소한 세계관을 제시하며 과학과 종교가 화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저자가 종교와 과학 사이에서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계관은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무신론과 불가지론이다. 도킨스를 비롯한 무신론자들은 신의 존재와 필요성을 전적으로 부정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자연세계를 탐구하는 과학은 결코 자연 밖의 존재인 신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무신론도 일종의 맹목적인 믿음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한편 콜린스는 불가지론에 대해서는 그럴 듯해 보이는 무신론이거나 논쟁을 회피하기 위한 도피처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콜린스는 무신론의 대척점에 서 있는 창조론에도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문자 그대로 성경을 받아들이는 근본주의자들이 무수히 많은 과학적 증거를 부정하면서까지 중세 자연관을 지키려 한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설명 불가능한 생명의 복잡성으로 미루어 볼 때 진화과정에 신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지적 설계론도 비판한다. 콜린스는 지적 설계론자들의 주장이 실험과 관찰로 증명될 수 없고, 지적 설계론이 제기한 다윈 진화론의 의문들이 생물학의 발전으로 계속해서 풀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채택하는 세 가지 세계관을 모두 비판한 저자는 새로운 대안으로 바이오로고스의 세계관을 제시한다. ‘유신론적 진화론’이라고도 부르는 바이오로고스는 생명을 뜻하는 바이오스(Bios)와 하느님의 말씀을 뜻하는 로고스(Logos)의 합성어다. 우선 바이오로고스는 생물학적 관점의 진화론을 모두 받아들인다. 그러나 바이오로고스의 관점에 따르면 이 역시 태초에 신의 섭리로 짜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바이오로고스는 물리법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적인 영역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과학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나 “사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와 같은 문제에 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콜린스의 희망대로 바이오로고스는 현대 생물학(Biology)과 신의 말씀(Logos)의 화해를 달성할 수 있을까. 과학과 종교라는 해묵은 논쟁에 세계적 생물학자가 던진 새로운 유신론은 한동안 신선한 논쟁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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