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로, 자유창작을 위한 활로 모색]

상업적 연극공연 분위기 가운데 ‘대학로 창작연극’ 등 재도약 움직임
자유로운 창작 환경 여건을 조성하고 새로운 형식에 도전해야

최근 유명 연예인들을 주연으로 내세운 대형 뮤지컬과 오페라 작품들이 공연계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창작연극공연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대학로에서 소규모 연극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면서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80년대 연극의 메카라 불리던 전성기를 다시 한 번 꿈꾸는 대학로에선 「연극열전」 프로젝트를 비롯해 대학로 연극을 부흥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꿈을 이루기엔 재정적 어려움에서부터 극단 내부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장애가 있다.

◇대학로, 부흥을 꿈꾸다

최근 연극계 부흥의 핵심 아이콘으로 떠오른 「연극열전2」는 대표적인 소극장 살리기 프로젝트다. 2004년 한국연극사의 발전에 이바지했던 연극들을 상영한 「연극열전」을 시발점으로 2007년 말부터 개최된 「연극열전2」가 높은 매진율을 기록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기회를 통해 관객에게 좀 더 다가가고 공감할 수 있는 연극들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계획된 「연극열전2」는 현재 「늘근도둑 이야기」, 「웃음의 대학」 등의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며 호평을 받고 있다. 연이은 두 번의 프로젝트 성공에 힘입어 12월부터 시작되는 「연극열전3」도 현존하는 최고의 극작가로 불리는 피터 쉐퍼의 대표적 실험극 「에쿠우스」와 결혼과 양육에 대한 솔직한 속마음을 드러낸 「엄마들의 수다」 등으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연극열전」처럼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낸 연극제와 더불어 자본에 얽매이지 않은 창작연극의 중흥을 위한 노력도 보인다. 대학로에서 꾸준히 실험적 연극을 해오며 연극계의 중추적 역할을 해오던 박정희씨 외 4명이 모인 ‘5인회’가 지난 5월 상업 기획자에게 넘어갈 위기에 처해있던 대학로 정보소극장을 인수해 연극전 「다시(多視)」를 공연하는 등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행보는 상업적 연극이 판치는 연극계에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여 온 정보소극장을 지켰다는 데 의의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실험극장 혜화동 1번지’의 연이은 실험극 개봉과 예술 연극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창작팩토리 스튜디오」가 창설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대학로의 위기

대학로 연극이 재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상업자본주의를 기반으로 대학로 연극제작에 기업이 참여하면서 돈 되는 연극에만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이에 최근 몇 년 새 산업화돼가는 공연계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개봉을 앞두고 공연이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로에선 공연에 필요한 자본이 부족해 장기공연 예정 중이던 창작뮤지컬 「카페인」이 중간에 중단됐으며 연극 「더 라이프」는 끝내 개봉하지 못했다. 김태훈 교수(세종대 영화예술학과)는 “현재 대학로에는 거대 기업들이 기획하는 대규모 공연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며 “방대하고 볼거리가 많은 대규모 공연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아무래도 상업적이지 않은 연극들은 투자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논리에만 치우친 현정부의 정책은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흥행가능성을 바탕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정부의 문화정책이 연극계의 양극화 현상을 부채질한 셈이다. 그동안 체호프의 작품을 각각 다른 5개의 스타일로 제작하는 등 다양한 실험극을 시도하던 극단 ‘동’의 한 관계자는 “연극을 하면서는 밥 한 끼 먹을 돈도 벌기 힘든 상황”이라며 창작연극계의 힘든 재정난을 토로했다. 김미희 교수(한예종 연극학과)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연지원 담당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상업성에 치우쳐 자본력이 충분한 공연에 지원을 몰아주고 있다”며 “다양한 장르의 예술창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공정하면서도 분산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반값티켓 이벤트에 대해 “반값티켓을 무작위로 배포하는 것은 단기적으론 관객을 끌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연극계를 더 어렵게 만드는 정책”이라며 “결국 반 토막 난 수입으로 재정난에 허덕이게 된 연극계가 티켓값을 상승시킬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대학로, 다시 꿈꾸기 위해선?

대학로 연극이 맞고 있는 위기를 벗어나려면 정책적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연극계의 중론이다. 홍창수 교수(고려대 문예창작과)는 “현재 정부로부터 제작 이전에 지원금을 받는 단체들의 작품에 대한 평가나 관리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직접 자본을 건네주는 지원보다는 자가적인 발전을 통해 자생력을 길러주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업성에 집중한 공연보단 연극계 안의 다양성을 위해 실험극 등 특성화된 공연장에 대한 지원 정책이 늘어나야 한다”며 “재정 능력이 없는 극단에게 평균 임대료의 40%만 받고 대학로예술극장이나 아르코예술극장의 무대를 제공하겠다는 최근 정책은 이를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극단 내부에서도 기존의 연극들과는 차별화된 연극을 제작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양한 장르의 창작 2인극을 선보인 「2인극 페스티벌」이나 연출의 가공을 거치지 않고 원형 그대로의 극을 보여주자는 취지의 「낭독공연」 등은 새로운 형식과 구성을 시도한 좋은 예다. 홍창수 교수는 “돈에 구속되지 않는 건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극단 내부에서도 참신한 연극을 만들기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85년 ‘대학로’라는 이름을 얻은 이후 대학로는  한국 예술사에 기억될만한 좋은 작품들을 많이 남기며 예술의 거리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동안 민주화에 대한 열기와 삶의 애환을 담아내며 관객들과 시대를 함께 공유해온 대학로 연극들. 그리고 이제, 다시 한 번 더 ‘관객을 향한 연극’, ‘현재를 향한 연극’들로 대학로가 떠들썩해질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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