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火印)
이광욱

젖은 뺨을 쓰다듬던 손가락은
온 몸에 도드라진 지문을 새기고,

소용돌이치던 한 때는
불 위를 홀로 걸어가는 동안
샛길처럼 뻗어가는 균열(龜裂)이 되었다.

출구가 없는 위태로움
목구멍에 걸린
꽃다운 말들이 말라죽고

한 말 술을 부으면
세 홉쯤은 실금 사이로 숨어들어
차오르는 수위를 낮추곤 했다. 그것은
남모르는 치유(治癒)의 방식.

자꾸만 부풀어가는 몸
불임(不姙)의 계절을 견딜 수 없어
한순간
깨져 버리는 날

한때 새겨진 손길의 흔적은
귓가에 굽이치는 물결무늬로 속삭이며
단 한번,
그의 이름을 부를 것이다.

그래픽: 유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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