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교수
국제대학원
6월 말 학회 참석 차 네덜란드에 갔을 때 일이다. 비행기 스케줄 때문에 하루 일찍 도착했기에 고흐 미술관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15년 전 입장객이 너무 많아 오랫동안 줄을 섰던 기억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발걸음을 재촉해서 문 열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낯이 익은 학생을 만났다. 3년 전 신입생 세미나에서 만났던 공대 학생이었다. 너무 반가워 맛있는 점심을 함께 했다.

신입생 세미나를 운영한 지 3년이 되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대해 학부 1학년생들과 함께 고민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시간적으로는 부담이 되지만, 요즈음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알 수 있어 교수에게도 행복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학원생을 위한 수업을 주로 맡고 있는 필자에게 신입생 세미나는 더욱 소중한 시간이 된다.

매 학기 10~15명 되는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많은 것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학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다른 세미나가 다 마감이 되어서 할 수 없이 신청하는 학생들도 있겠거니 하는 생각도 들지만, 열심히 토론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세미나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우리 학생들이 너무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너무 작은 틀 안에 갇혀 있다. 한국의 지옥같은 입시제도를 생각할 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1학기에 수강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십분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2학기에 수강하는 학생들에게서도 동일한 느낌을 받을 때면 답답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인가 신입생 세미나 시간에 코소보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코소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학생이 수강생 중 단 하나도 없었다. 아프리카의 국가라고 대답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래서 매일 신문을 보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1학년 때부터 ‘언론 고시’를 준비하는 한두 명을 빼고 신문을 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신문 기사는 인터넷을 통해 다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입시 지옥을 통과하고 나면 고시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더 나은 직장을 갖고 싶다는 욕망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자신이 왜 대학에 왔는지, 왜 고시를 봐야 하는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우리의 현실이 어떠한가를 고민하지 않고서 자신의 진로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구할 수 있을까?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갖고서도 뒤늦게 다른 진로로 방향을 바꾸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도 결국 대학 생활에서 해야 할 고민을 뒤늦게 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주식투자와 관련된 동아리 관련 벽보를 보며 한숨을 쉬게 된다.

바로 이것이 신입생 세미나의 진정한 목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더욱 사명감을 갖게 된다.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스스로의 눈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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