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에서 인기를 끄는 두 프로그램을 살펴보고자 한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황정음은 본의 아니게 자신을 서울대생이라고 속이고 과외를 하게 된다. 과외 학생인 준혁의 부모도 그녀가 서울대생이라고만 생각하고 그녀를 존중해준다.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특별반 아이들은 천하대에 합격하려고 혹독하게 공부를 한다. 그들이 왜 천하대를 가야하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천하대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그 개인은 숭고한 가치를 부여받는다는 것이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천하대가 서울대를 은유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브라운관에 비친 서울대는 분명 모두의 로망이다. 이런 서울대에 입학한 새내기 여러분에게 먼저 축하의 말을 전한다. 자랑스럽다.

그러나 내가 기자로 활동하던 「서울대저널」은 지난해 12월호에서 ‘당신의 서울대는 아직도 자랑스럽습니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총학생회(총학) 선거에서 폭로된 부정선거 의혹 때문이었다. 당시 한 선본이 총학실을 감청했다고 밝혔다. 감청 자체도 워낙 충격적인 사실이었지만 녹음된 내용 역시 충격적이었다. 선관위원장이 개표 전에 투표함을 개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한 내용이었다. 학내는 분노로 들끓었고 이에 관한 청문회도 열렸다.

그러나 2009년 말을 뜨겁게 달궜던 그 관심은 이제 흔적조차 없다. 일반 학생은 물론 이 사건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진 총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도 이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겨울방학이 유난히 춥고 길었나 보다. 부정선거 논란은 많은 학생을 학생사회로부터 멀어져가게 했지만 이 논란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대책 없이 잊혀지고 있다. 작년 총학 선거는 분명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그것을 잊는다고 해서 서울대가 자랑스러워지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수수방관하는 가운데 총학 부정선거 의혹을 망각하는 것은 어떠한 의미에서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가 한 개인을 죽이기는 쉽지만 이미 죽은 인간을 살려낼 수는 없다. 같은 맥락에서 학생사회를 붕괴시키기는 아주 쉽지만 이를 다시 건설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 학생사회에 사형선고를 내려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총운영위원회는 의지를 갖고 총학생회 부정선거 의혹을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총운위는 그래야 할 책임이 있다. 일반 학생들도 작년의 총학생회 부정선거 의혹을 잊지 말고 작년 선거의 의혹 해결과 이번 재선거의 성사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투표는 우리가 매 순간 학생사회를 요청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여태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김진용 경제학부·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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