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인 모두에게 혼란주는
동번호 배치와 버스 노선
편리한 캠퍼스 이용을 위해
세심한 개선안 마련돼야

권오현
건설환경공학부
석사과정
석사과정에 진학해 서울대의 새로운 구성원이 된지 이제 만 일 년이 됐다. 새 학기를 맞아 1년차 신입이라는 꼬리표도 떼고 새로운 구성원들을 받아들이고 보니 새삼스럽게 작년 이맘때의 내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1년 전 처음 관악의 구성원으로서 캠퍼스에 들어왔을 때 학생들로 북적북적한 캠퍼스와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의 위용은 이전 학부 생활을 지낸 곳의 너른 잔디밭과 목가적인 풍경에만 익숙해 있던 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식당·은행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기 연구실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답답한 날들이 이어졌다.

사실 학교 내에서 길을 찾기란 지금도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학교가 매우 넓을 뿐더러 길이나 동 번호가 잘 정리돼있지 않아 초행자들은 지도를 봐도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실제로 학우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캠퍼스를 걷다가 00동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아 본 경험이 있으리라. 또 한편으로는 그러한 질문에 제대로 답해줄 수 없었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강의실이나 특정 건물을 찾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동’인데, 수많은 건물이 계속 생기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동 번호가 뒤섞여 길 찾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됐다. 예를 들면 74동(제2식당)과 75동(대학신문사)은 언뜻 들으면 인접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직선거리로만 700m 이상 떨어져 있다.

한편 복잡·다양한 버스노선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것 또한 어렵다. 관악캠퍼스는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사실상 외부에서 통학하는 대부분의 학우들이 버스 교통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교내를 운행하는 학내외 버스 노선이 복잡하고 그나마 안내도 잘 돼있지 않아 이용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예를 들어 5511번 버스는 교내를 8자형으로 순환해 나가기 때문에 ‘에너지자원연구소 앞(7-1번)’ 정류장에서는 종점(신공학관)으로 들어가는 버스와 종점에서 나오는 버스가 한 정류장을 모두 지나는 진귀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종점행 버스들은 대개 이 정류장을 지나칠 때 매번 기사님이 수신호나 깜빡이로 종점행임을 알려 주시곤 하지만, 이런 약속된 신호를 잘 모르는 외부 사람들은 그 버스가 종점행인지 혹은 공대를 따라 내려가는지 알기 어렵다. 이 외에도 본부 앞이 종점인 5516번 버스, 시간대에 따라 노선이 조금씩 바뀌는 관악 02번 버스 등도 관악의 초심자에게는 매우 낯선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복잡한 부분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 체계가 많이 부족하다. 많은 캠퍼스 지도들이 빛이 바래 정비가 필요하다. 학내 버스정류장은 학외 정류장과 달리 노선도가 붙어 있지 않고, 그나마 세워진 표지판도 노선 변경 전의 것이 여전히 수정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어 현재 운행하지 않고 있거나 해당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는 버스노선도 버젓이 붙어 있다. 학교 홈페이지의 학내교통안내 페이지에 소개된 셔틀버스 노선도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지 꽤 오래 지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학교 생활에 필수적인 이런 정보들을 경험과 주변으로부터 소문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기에 입학 초기에 낯선 교정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캠퍼스가 성장해 감에 따라 계속해서 들어서는 신축 건물과 신설 학부의 등장은 앞으로도 더욱 혼란을 심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점에 좀 더 신경을 써서 외부 손님이나 새로운 학우도 편리하게 캠퍼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 안내 체계와 각종 사인물과 버스노선을 수정하는 등 조속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처음 접한 이에게 친근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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