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은 논란거리라는 말을 붙이기가 무색할 정도로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이슈다. 진보정당은 물론이고 ‘진짜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자유선진당까지 무상급식에 찬성하고 나섰다. 심지어 이에 반대하는 유일한 정당인 한나라당 내 일부 의원들도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이념적 스펙트럼을 떠나 무상급식의 필요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널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이 문제를 굳이 들쑤시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 주류 세력과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무상급식과 관련해 “있는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사먹고 전체에게 무상급식할 돈으로는 서민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복지예산을 늘리고 싶어도 국방비 때문에 북유럽처럼 늘릴 수 없다”고 했다. 언뜻 생각해보면 이념적인 판단은 배제된 채 제한된 예산 안에서 여유 있는 사람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을 더 도와야 한다는 ‘상식적’인 발언인 듯하다.

그러나 그 말에 깔린 전제에 관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일단 돈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의무교육을 돈을 내고 받는 것은 아니다. 의무교육은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 모두에 대해 국가가 동등하게 책임지는 사항이다. 그리고 교육을 위한 환경을 갖추는 것 역시 국가의 책임이다. 학교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교실에 있는 책걸상처럼 학생들이 교육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기 때문에 책걸상에 돈 내라고 하는 초등학교, 중학교가 없듯 밥에 돈 내라고 하는 학교도 없어야 마땅하다. 다만 여태까지 급식시설이 모든 학교에 설치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상급식은 ‘안’ 했던 것이 아니라 ‘못’ 했던 것이다. 이제 모든 학교에서 급식이 가능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무상급식은 그간 미뤄왔던 국가의 의무를 온전히 이행하는 것이다.

만약 정부예산이 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빠듯하다면 좀 미룰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복지예산을 늘릴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국방비 때문이 아니라 이 정부 들어 행해지고 있는 대규모 토목사업과 감세 때문이다.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4대강 사업에 22조원이 투입되고 있다. 게다가 빈곤층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세금을 깎아 복지재정이 삭감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무상급식에 관한 대통령의 발언은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여러모로 어설프다. 이렇게 억지로 말을 만들어가며 무리하게 반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이라며 ‘다가오는 선거에서 이를 공약한 ‘선동 정치가’들에 속지 말자’고 당부한 조선일보의 사설이 그 솔직한 속내에 가까워 보인다. 표를 잃을 것이 두려워서 제안된 정책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보다는 이를 깎아내리기 급급한 이들이야말로 진짜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우철
지리학과·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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