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인문대의 ‘삶과 인문학’ 강의가 화제를 몰고 있다. 적합한 연사가 선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던 첫 강연 이후 그나마 두 번째 강연은 학생들로부터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이후에 과연 제대로 된 강의가 진행될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현재 삶과 인문학 강의에 대한 논란은 강연자의 부적절한 언행이나 강연 내용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괜찮은 평가를 받은 두 번째 강의를 보면서도 안도할 수 없는 걸까? 삶과 인문학 강의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삶과 인문학 강의에는 내용보다도 수강생에게 강의에 대한 거부권, 선택권이 없다는 데 더 큰 문제점이 있다. 삶과 인문학 강의는 S/U 방식으로 평가되며 U를 받으면 전공 진입이 불가능하다. 강의는 매주 월요일 오후 6시에서 8시까지 진행되는데 수강생들은 수업의 2/3 이상을 출석하고 과제를 세 번 제출해야만 S를 받을 자격을 얻을수 있다. 이 밖에도 삶과 인문학 강의는 수업 시작 직전까지 강의계획서와 강연자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아무리 내용이 좋은 강의라고 할지라도 새내기들을 강제로 수강하게 하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새내기들의 수강을 강제하는 방식이 그들의 전공 진입을 걸고 협박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인문대의 학사행정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필자는 삶과 인문학 강의가 기존의 15개 과반 자치공동체를 위협하며 학사관리가 학생의 뜻과는 별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학생 자치가 학교의 행정에서 얼마나 소외돼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반 체제가 이미 구축돼 있음에도 인문대는 그들 반과는 전혀 별개로 6개 반을 임의 편성해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게다가 기존 15개 반 중 일부는 리모델링으로 인해 반방 자체가 없어지는 일도 있으며 그나마 반방이 있는 반 중에서도 배정된 공간이 열악한 반들이 많다. 애초에 반이라는 자치 공동체가 학생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추진된 광역화 때문에 탄생했다는 점, 그것도 행정실과의 싸움 끝에 생겨난 것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듯 많은 중요한 결정들은 학생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결정되고 있으며 삶과 인문학 강의의 문제점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에서 삶과 인문학이라는 강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고 그것은 지난 임시 인문대 대표자 회의에서 이미 확인됐다. 인문대 측에서 열의를 가지고 준비한 무리수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전승휴 미학과·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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