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거야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Terribly Sensitive Mind)”. 신경쇠약으로 고통 받다 강물에 투신해 생을 마감한 버지니아 울프는 인간의 연약한 심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정신질환 진료건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우울한 한국에서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은 이제 특정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거야』는 ‘우울공화국’으로 전락한 한국을 위한 심리치유 에세이다.

저자 선안남은 상처받은 타인의 마음을 글을 통해 치유하고 변화시키는 심리치료사다. 전작 『심리학, 사랑에 빠지다』가 질투·집착·권태기 등 연인관계를 망치는 요인들을 조목조목 짚어냈다면 이번 책은 연애뿐만 아니라 일상 전반에서 입을 수 있는 마음의 상처로 치유 영역을 넓혔다. 현대인의 고민해결사를 자청한 저자는 상담 현장과 블로그 활동, 그리고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버무려 한 권의 책으로 내놨다.

매사에 혼란스러운 나. 관심 받고 싶지만 오히려 늘 방어적으로 행동하고, 타인에게 속내를 보이는 것을 불안해하면서도 누군가 이해해주길 바라는 나. 초라한 현실이 싫지만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오늘도 결국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알면서도 외면해버린 나의 부끄러운 모습이라 ‘뜨끔’했다면 저자의 처방을 받아보자. 그는 사람들이 혼자만의 문제라고 여겼던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이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앓는 열병이라고 살짝 귀띔한다.

저자는 마음의 열병을 일으키는 완벽주의·열등감·콤플렉스 따위가 사실은 ‘사랑받고, 이해받고, 위로받고, 치유받고, 분석받고 싶은 인간의 다섯 가지 기본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마음의 열병은 인간이라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가진 문제인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재구성한 에피소드와 심리분석에서 구체적 해결책을 도출해낸다.

각 에피소드에서는 마음에 상처를 입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 처음 만난 사람과 쉽게 친해지지만 관계를 유지하는 데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저자는 상대를 내가 빚어놓은 틀 안에 끼워 맞추려는 태도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받아들이라고 주문한다. 종업원이 당신에게 사소한 실수를 저질렀을 때 ‘필요 이상’으로 화가 난다면 이는 그동안 관심과 애정의 부족으로 누적된 상처가 곪다 못해 비로소 터졌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자신이 화가 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감정과 욕구를 한 번만 돌아보면 쓸데없는 마찰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당신이 종업원이라면 손님이 느끼는 결핍감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면서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 방법이다.

책은 마음의 상처들이 쌓이고 뭉쳐 형성된 응어리를 따뜻하게 녹이며 지난 2008년 출판계 키워드로 선정된 ‘자기치유’의 맥을 잇는다. 심리 칼럼니스트 누다 심은 “규범과 의무로 가득 찬 세상에서 판단과 비난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괜찮다’는 위로와 공감이다”며 책의 의의를 평가했다. 저자가 거는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거야”라는 주문이 점점 크게 메아리치며 마음 속에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거야
선안남 지음┃소울메이트┃316쪽┃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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