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우진 전 중령 인터뷰]

사진: 신동호 기자  clavis21@snu.kr
  지난 2006년 국내 여성 헬기 조종사 1호인 피우진 전 중령이 신체상 결함을 이유로 강제 퇴역조치 받은 사건이 있었다. 30년을 군에 바쳐 여성 군인으로 복무해온 그에게 국방부는 퇴역을 명령했다. 이에 그는 국방부의 명령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승소해 다시 군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난 2009년 중령 전역식을 끝으로 군 생활을 명예롭게 마감했다.

  전체 군인의 약 2%를 차지하는 여성 군인은 사회에서도 군대에서도 소수자의 위치에 있다. 여군 창설 60주년을 맞아 『대학신문』은 피우진 중령을 만나 여성 군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고충과 현실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피중령은 “여성 군인으로 복무한 30년 동안 지켜본 군대는 여성 군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부족했다”고 말했다. 사실 여성 군인은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별도의 부대에 모여 훈련받았다. 피우진 전 중령은 “여군 병과에 소속돼 여성 군인끼리만 훈련을 받았다”며 “이에 대해 여성 군인의 역할이 제한된다고 지적받자 국방부는 여성 군인도 남성 군인과 같은 병과에 소속시켜 동등한 위치에서 일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여성 군인은 좀 더 넓은 분야로 진출해 여성 1호 전투기 조종사, 함상 지휘관 등의 성과를 얻어냈지만 그들의 진급에는 일정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했다.

  아직까지 남성과 함께 속해있는 일반 병과에서 여성 군인은 장군의 직함을 달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장군은 몇천 명의 부하 병사들을 지휘하며 직접 정책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 군인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여성 장군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국방부는 지난 1998년 간호병과에서 처음으로 여성 군인을 장군으로 임명한 바 있다. 그는 “여성 장군의 탄생은 그 자체로서 여성 군인의 진급 범위를 확장시켰다”며 “여성 군인의 오랜 숙원이었던 여성 장군이 탄생해 그의 역할에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 간호 장교 출신이 장군으로 선정되자 일반 병과 소속의 여성 군인들의 반발이 생겼다. 그는 “몸소 남성 군인들과 어깨를 겨뤄가며 전후방 각지에 배치돼 임무를 수행하는 일반 병과 소속 여성군인들의 고충을 간호병과 출신 장군이 알기 어렵다”며 “전투 투입에 대비해 훈련받는 여성 군인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균형 있게 장군이 선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성 군인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특히 생리적인 문제는 이를 호소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는 “혹한기 훈련은 남성 군인들과 함께 야외에 간이로 설치된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용변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방광염에 시달리는 여성 군인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떤 지휘관이 부대 내에 여성 화장실을 설치한 것을 업적으로 자랑할 정도로 아직도 여성 군인을 위한 시설이나 지원은 너무나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또 여성 군인은 임신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1999년 이후로 여성 군인의 임신이 허용했으나 출산 후 육아지원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그는 “24시간 근무할 일이 잦은 군인의 특성상 여성 군인의 육아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여성 군인의 임신을 인정했다면 육아 지원책 또한 마련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성 군인의 고충이 한둘이 아니기에 장기간 군 복무도 힘들다. 그는 “대위부터 전체 인원의 50%가 잘려나간다”며 “남성 중심의 군 사회는 여성 군인의 진급에 부정적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방부는 제도적으로 여성 군인의 모집을 보장하면서도 정작 여성 군인들을 위한 보호·지원책 마련에는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여성 군인의 미래를 향한 길은 좁기만 하다. 그는 군대를 향해 “이제 군대도 변화할 시기인 만큼 국방부는 폐쇄적인 군대를 개방하고 여성 군인에 대한 처우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군대의 변화를 위해 나 역시도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30년을 동고동락해 온 군대는 피우진 전 중령에게 삶 자체였다. 그의 여성 군인 후배들은 “당신을 그렇게 대우한 군대가 밉지도 않으냐, 왜 여전히 군을 위해 살아가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이에 그는 “군대를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에 좀 더 선진화된 군대를 만들고자 계속 참여하고 활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성 중심 군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여성 헬기 조종사의 비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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