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요즘의 대학생들은 1등만 살아남는 냉혹한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더 스펙을 쌓고자 지금도 열심히 공부 중이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랴 자격증 따랴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삶을 누리는 시간은 온 데 간 데 없어진다. 대학 축제 현장에서도 대기업의 홍보이벤트와 인기가수의 공연이 판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그 굴레를 박차고 나와 그들만의 문화색깔을 만들어가려 시도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이들이 전국 각지 대학생들이 새로운 MT 문화를 만들고자 한자리에 모인다. ‘제 2회 대학생 MT 페스티벌(MTF)’을 기획하려고 뭉친 이들은 대학생 1,000명과 함께 떠날 특별한 MT를 구상 중이다. ‘제4회 서울 월드 DJ 페스티벌’과 함께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5월 7일부터 2박 3일 동안 한강 난지 지구에서 열릴 예정으로 이달 말부터 3차 참가자 모집이 진행된다.

MTF의 주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학생이다. 모집 선발된 기획단들은 일주일마다 2번씩 모여 MT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논의하고 큰 틀을 잡아간다. 1회 때 ‘술 없는 MT’로 대학생의 술 문화를 바꿔보려 했던 MTF기획단은 이번엔 ’예술로 즐기는 MT’를 모토로 참가자 모두 예술을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들이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MTF 커뮤니티 클럽에 있는 ‘OPEN MIND’게시판엔 “나 노래하고 춤추고 싶어요”, “제가 밴드를 하는데 공연하고 싶습니다” 등 참가자들이 축제 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적혀있다. MTF 김철환 대표는 “MTF는 참가자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며 “지금까지의 대학 축제가 이미 갖춰져 있는 포맷에 사람들이 참가하는 형식이라면 MTF는 스스로 내재된 패기와 열정을 맘껏 표출하고 그를 통해 서로 알아가는 축제”라고 설명한다.

 한편 MTF는 대학생들의 참가비만으로는 운영자금이 부족해 자체 공연기획을 할 수 없는 대신 매번 ‘서울 월드 DJ 페스티벌’과 연합해 무료관람을 제공한다. 정식으로 표를 구입해 관람하는 공연은 아니지만 그들의 함성과 패기 넘치는 열정이 다른 관객들을 압도해 버릴 정도다. 서울 월드 DJ 페스티벌은 자연스레 MTF를 위한 공연이 된다.

또 대수다(대학생만의 수다), 서로에게 편지쓰기 등의 시간을 통해 자기 또래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류재현 기획가는 “서로 축제에 모이게 된 의미를 되새기며 대학의 대안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등 MT문화의 자발적인 주체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서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활동하는 단체도 있다.

진보적인 대학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2007년 설립한 한국대학생문화연대(한문연)는 사회현실과 결부된  문화 활동과 더불어 문화정책 대응에 앞장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사진기자와 다큐멘터리 사진가를 꿈꾸는 대학생 40여명이 한문연을 중심으로 모여 사회적으로 주목 받았던 이슈들을 기록한 <2009 한국 대학생 포토저널리즘 연합전>을 열었다. 전시의 기획단장을 맡은 한문연 김영식 대표는 “대학생들이 찍은 저널리즘 사진 전시회가 그동안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어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기 시작했다”며 “경제위기와 언론환경의 급변 등으로 보도사진을 전공한 대학생들이 언론, 출판계로 진출하는 것이 갈수록 힘든 현실에서 지금까지 기록해 온 각자의 사진들을 정리하고 돌아보면서 돌파구를 직접 찾아보고자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또 이들은 ‘행동하는 양심 2009 희망콘서트’에 참가해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퇴보하는 시대를 음악으로 표현, 시대의 희망을 노래하거나 용산 참사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등 사회적 문제에 개입하며 문화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재즈를 좋아하는 대학생들이 연합해 만든 ‘전국 대학생 재즈 페스티벌(전재페)’과 전국 연극영화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도 기획단원들끼리 서로 공연기획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참신한 공연 주체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재페 이명재 대표는 “기획에서 공연자 섭외, 공연구성, 언론홍보, 공연장 장식에 이르기까지 모두 대학생 기획단의 주도로 이뤄진다”며 “특히 지난해 공연한 재즈 페스티벌에서는 맨 마지막에 누구나 무대로 올라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다음달 9일부터 열리는 ‘제1회 한강 재즈 페스티벌’ 기획에 참가할 기획단원을 모집 중이라 한다.

이처럼 기존의 대학 문화를 탈피, 새로운 대안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대학생들의 노력은 대학 문화가 새로운 문화 창조의 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서울권에 집중적으로 몰려있어 상대적으로 지방 학생들은 참가하기 어렵다는 점과 더불어 운영자금 부족, 홍보 미숙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활동은 지금까지 침체됐던 대학문화가 다시금 부흥할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금껏 기성세대의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데 만족해야 했던 대학생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고 즐기는 당당한 주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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