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곤 원장
오방리더십
오방리더십 김대곤 원장은 문학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과 비평을 하는 프랑스의 살롱 문화를 서울에도 도입해 문화계 지식인들 간의 문화 담론을 활성화 하자고 주장한다. 그런 그가 최근 서울시 주최로 이뤄지는 디자인 사업이나 문화행사 등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자치단체의 공간디자인과 문화행사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활발하다. 서울시는 반포로와 퇴계로 등 30여 곳의 디자인 거리 선정한 것을 비롯, 광화문 광장의 스노보드점프대회, 청계천 종로의 거리축제  등 갖가지 문화행사도 연이어 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행사나 도시디자인 활동이 전시성 이벤트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화적 담론이 생략된 채 보여주는 것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민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참여한 예술가만을 위한 문화행사로 보인다.

‘세계디자인수도 서울2010’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소통의 디자인을 강조하고 싶다. 디자인과 예술 문화는 식물에 비유하자면 아름다운 꽃이다. 식물은 줄기와 뿌리가 있어야 하고 뿌리는 흙과 물이 만나고, 줄기는 태양과 바람이 만나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디자인과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거기엔 독창적이고 인간의 가치를 담은 생각이 담겨 있어야 한다. 생각을 담아내고 걸러내는 과정이 문화적 담론이다. 담론을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필요하다.

 진정한 소통은 책이나 인터넷만을 통해서는 가능하지 않다. 앨버트 메라비언의 연구에 의하면 의사소통 중 말 내용의 전달력은 8%뿐이다. 32%는 말투, 음량, 음조 등에 좌우되고, 60%는 거리감, 몸짓, 태도,  손짓, 표정 등 신체언어의 영향을 받는다. 전화로 실컷 이야기했음에도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하는 것은 바로 이 까닭이다.

 그토록 많은 매체가 있고, 통신기술이 발달하고 모든 사람이 손 전화를 갖고 있지만 현대인들은 외로워한다. 영혼의 대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혼의 만남과 문화적 담론을 위해 살롱문화의 부활을 제안해본다. 살롱은 문화를 창조하고 역사의 흐름을 형성했다. 프랑스 계몽주의의 산실이 바로 살롱이었다. 살롱 역사는 그리스 시대의 아고라와 로마시대의 플라자와 포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역사에는 신라시대의 화백, 조선시대의 사랑방이 있었다. 살롱문화는 전시성이나 관람성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토론하고 즐기는 문화다. 얼핏 보면 혼돈이다. 그러나 여기엔 주제가 있고 코디네이터가 있고 보이지 않는 약속이 있다. 예술가와 과학자 정치인의 만남, 스승과 제자의 만남, 주관과 객관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시대정신이 살아나고 삶의 체취가 묻어난다.

서울시는 예술의 전당 앞 반포로를 디자인 거리로 선정한 것에 그치지 말고 한발 나아가  살롱거리를 만들기 바란다. 지형 특성상 사당역과 양재 나들목을 잇는 차도를 덮어 지하차도를 만들고 그 윗부분에 살롱거리를 만드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살롱에서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이야기하자.

차 대신 사람이 다니면 상권이 형성된다. 관광산업과 예술문화산업은 절로 살아난다. 악기상도 늘어나고 화랑도 생겨날 것이다. 서울대 정문에서 신림4거리를 잇는 살롱거리 구간도 만들자. 걷는 거리로 만들고 셔틀버스만 다니게 하자. 자가용과 일반 버스는 정문에서 서울대입구역 쪽으로 가게 하자. 그래서 교수와 학생이 밤늦게까지 시대정신을 이야기하고 타 학문과 예술이 서로 만나 창조적 문화 담론을 전개해 나갈 수 있게 하자. 창조활동은 황당한 생각과 이야기의 현실화 작업이다. 그런 이야기를 나눌 공간으로서 살롱문화의 부활을 제안한다. 문화적 담론을 거름으로 해 디자인과 문화가 더욱 싱싱하게 피어나길 기대한다.

 

오방리더십 김대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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